“월드컵 아닌 건강에 돈 쓰라” 거리 나선 모로코 Z세대…2명 숨져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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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02. 오후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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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각) 모로코 수도 라바트 주변 도시 살레에서 의료·건강제도 개혁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한 청소년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네팔·마다가스카르 등에 이어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도 ‘제트(Z) 세대’(1997∼2012년생·젠지)가 의료·교육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대거 거리로 나섰다. 경찰과 시위대 충돌로 2명이 사망하는 등 시위가 격해지고 있다.

1일(현지시각)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과 프랑스24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저녁 모로코 수도 라바트와 카사블랑카, 탕헤르, 마라케시 등에서는 수천명의 시민이 모인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공공 의료·교육서비스 개선과 기득권에 만연한 부패 근절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12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축구대회), 2030년 월드컵 개최에 막대한 예산을 붓는 점도 비판한다.

시민들은 집회에서 “건강이 먼저다, 월드컵은 필요 없다”, “경기장은 준비됐는데 병원은 어딨나?”, “자유·존엄·사회정의”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지즈 아칸누시 모로코 총리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8월 모로코 아가디르의 한 공립 병원에서 임신부 8명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뒤 사망한 사건이 여론의 분노에 불을 당기며 시위를 촉발했다고 리베라시옹은 전했다. 리베라시옹은 “이 보건 참극은 공공 서비스 붕괴를 상징하며, 의료 접근성이 극도로 불평등한 ‘두 개의 모로코’를 드러냈다”며 “모로코의 인구 1만명당 (의사·치과의사 등) 의료인은 7.7명으로 (세계보건기구) 권고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달 말 제트 세대가 애용하는 게임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에 ‘젠지 212’(GenZ 212)라는 토론 채널이 개설되며 시위 일정이 구체화됐다. 개설자가 확인되지 않은 이 채널은 “보건·교육·반부패 등 모든 시민에 중요한 문제를 의논하는 토론 공간”으로 규정한다. 익명의 시민들이 이곳에서 시위 일정과 장소, 구호를 실시간 투표 등을 통해 논의한다. 아랍어의 북아프리카 방언인 다리자어와 프랑스어, 영어가 자유롭게 쓰인다. 첫날 2000여명이었던 회원 수는 이날 13만7000명으로 불었다.

애초 젠지 212은 평화 시위를 주창했지만, 이날 사망자가 나오는 등 치안 당국과의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이날 늦은 밤 해안도시 아가디르 인근에 경찰서를 습격한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발포하면서 시민 2명이 숨졌다. 현지 관리들은 경찰이 “탄약·장비·무기를 탈취”하려는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발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0일 밤엔 동부 우즈다의 대로에서 경찰 차량이 청년 한명을 들이받은 뒤 사라지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에 퍼지기도 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이날만 전국에서 400명 이상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최근 네팔·인도네시아·마다가스카르 등 세계 각지 ‘젠지 시위’에 이어 벌어졌다. 앞서 지난달 초 네팔에선 청년 세대가 소셜미디어 금지령 등에 반발해 시위를 벌인 끝에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전 총리가 사임한 바 있다. 아프리카 동남부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도 지난달 말 젠지 세대 주도 반정부 시위가 확산해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내각 해산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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