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유족 두 번 운다…“소멸시효 탓 배상 청구 불인정”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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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9.23. 오전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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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지원, 유족 142명 중 16명 기각·각하
여순사건때 가족을 잃고 오열하는 민간인들을 진압작전을 지휘한 미국 임시군사고문단원이 지켜보고 있다.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제공

여수·순천 10·19 사건(여순사건) 희생자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취지로 청구를 기각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이태우)는 최근 구례 희생자 26명의 유족 142명이 국가에 청구한 41억5000여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희생자 23명의 유족 126명에게 33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희생자 26명 가운데 25명이 당시 국가 공무원들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희생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1명의 희생자는 가해자들이 군인 또는 경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유족 법정대리인 서동용 변호사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봉기군에 희생당한 것도 손해배상 의무가 있는데, 재판부가 판단을 내리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유족 16명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지났거나 소송 대리권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희생자 유족 중 결정문을 받은 당사자 1명만 청구를 기각했고, 다른 가족들은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외아들인 ㄱ씨는 다른 가족이 없어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가 통째로 기각된 셈이다. 재판부는 과거사위원회(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여순사건 피해자(희생자)로 결정 통지를 받은 뒤 3년 이내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경우 단기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소멸시효는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중단돼야 한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서 변호사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2021년 7월에 제정되면서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그 시점으로부터 다시 3년간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ㄱ씨 사례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고 중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법무부 장관에게 이번 판결에 대해 국가가 항소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국군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 4·3사건을 진압하기 위해 출동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뒤 1955년 4월1일까지 군경의 진압 과정에서 전남, 전북, 경남도 일부 지역에서 다수의 민간인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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