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브로맨스인가, 전략적 제휴인가.
요즘 국민의힘에서 장동혁 대표와 김민수 최고위원의 호흡이 두드러지면서 ‘김·장 연대’가 주목받고 있다. 기습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함께 면회했을 뿐 아니라 휴일을 마다하고 두 사람이 독대하는 등 부쩍 친밀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22일 통화에서 “김 최고위원은 대표실을 가장 많이 들락날락하는 인사”라며 “장 대표가 윤 전 대통령 면회 결심을 굳힌 것도 김 최고위원의 꾸준한 제안과 설득 때문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당 관계자는 “빠듯한 대표 일정 때문에 평일에 못 만날 땐 두 사람이 일요일에 독대하기도 했다”며 “김 최고위원이 강성 지지층 여론을 대표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고 했다. 장 대표는 최근 사석에서 “보수 정치인 중 김민수처럼 감성을 자극할 사람이 없다. 저평가된 최고 우량주”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함께 당을 이끄는 대표와 최고위원이 소통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건 “소통을 해도 너무 자주 소통한다”(원내 관계자)는 당내 반응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 두 사람의 접점은 거의 없었다. 판사 출신인 장 대표는 2022년 충남 보령·서천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고, 2023년 12월 한동훈 대표 체제에서 ‘초선 사무총장’에 임명되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2019년 경기 성남 분당을 당협위원장에 임명됐지만 2020년 총선에서 낙선했고, 2022년 지방선거 때는 성남시장 선거에 도전했지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2023년에 장 대표가 원내대변인, 김 최고위원이 대변인을 각각 맡았지만 당시 특별한 교류는 없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정치적으론 오히려 대립 관계에 가까웠다. 2023년 김기현 의원이 대표로 당선된 3·8 전당대회 당시 김 최고위원은 나경원 의원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한 반면 당시 장 대표는 나 의원의 불출마를 종용하는 연판장에 서명한 초선 의원 22명 중 한 명이었다. 2024년 총선 경선 때는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분당을 예비후보인 김 최고위원에게 경고 조치를 했는데, 당시 사무총장인 장 대표는 공관위원이었다.
그랬던 둘이 급속도로 가까워진 계기는 지난 8월 전당대회였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당내 여론이 찬탄(탄핵 찬성)과 반탄(탄핵 반대)으로 쪼개진 상황에서 장 대표와 김 최고위원은 반탄 주자로 급부상했다. 보수 유튜버, 아스팔트 우파 등 강성층의 전폭적 지지를 등에 업은 장 대표는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후보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고, 원외였던 김 최고위원은 신동욱 의원에 이어 최고위원 선거 2위를 기록해 지도부에 입성했다. 당 관계자는 “당시 ‘원팀’처럼 호흡을 맞춘 장 대표와 김 최고위원의 시너지가 굉장했다. 정국 인식이 판박이라 할 정도로 둘은 가까워졌다”고 했다.
물론 전당대회 직후 냉기가 흐르는 등 위기도 있었다. “중도 확장이 관건인 장 대표에게 강성 색채가 강한 김 최고위원의 존재가 부담이 되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김 최고위원이 지난달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석방하라”고 주장하자 당 지도부가 “개인 입장”이라며 진화한 일도 있었다. 그러자 “‘김·장 대첩’이 벌어질 것”(친한계 박상수 전 대변인)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당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이 장 대표와 매일 스킨십을 이어갔고, 자칫 멀어질 수 있었던 둘의 거리는 최근 더 가까워졌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오전 최고위 회의장에 대표와 동행하는 의전을 하루도 빼놓지 않았고, 대표가 참석하는 각종 행사장에도 미리 도착해 차량을 기다리는 등 깍듯하게 대했다고 한다. 정치적 기반이 확고하지 않은 장 대표의 ‘호위 무사’를 자처하며 신뢰가 커졌다는 평가도 있다. 지난달 당의 장외 투쟁을 두고 “아스팔트 극우 전략”이란 비판이 나올 때도 김 최고위원은 당원 참여를 독려하며 최전선에서 장 대표를 도왔다.
지난달 29일에는 최고위 회의에서 김 최고위원이 장 대표를 공개적으로 적극 도운 일도 있었다. 장 대표가 당무감사위원장 선임안을 강행하려 하자 친한계인 우재준 청년최고위원이 “반탄 인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는데, 김 최고위원이 “반탄이면 왜 안 되느냐”고 받아치며 힘을 보탠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반(反) 한동훈 정서도 둘의 연대를 강화하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장 대표는 김 최고위원의 ‘3단계 선거 전략’에도 적극 공감하고 있다고 한다. 3단계론은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한동훈 전 대표와 그 가족을 둘러싼 당원게시판 논란 등 민감한 사안을 조기에 매듭짓고 ▶집토끼를 끌어안은 이후 ▶중도 확장을 한다는 구상이다.
종교적 신념 또한 장 대표와 김 최고위원을 강하게 묶는 연결고리라는 평가도 있다. 장 대표는 평일에도 사무실 책상에서 성경을 틈틈이 공부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김 최고위원 역시 주말마다 교회를 찾는 등 신앙심이 깊다. 두 사람은 지난달 14일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구속된 손현보 목사의 부산 세계로교회 예배에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장 대표는 김 최고위원과 함께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한 뒤엔 “윤 전 대통령이 성경 말씀과 기도로 단단히 무장하고 계셨다”고 했다.
하지만 김·장 연대에 대한 당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강성인 두 사람만 부각되면 중도 확장 시너지는커녕 마이너스 효과”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 인사는 “장 대표가 강성 지지층부터 잡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김 최고위원과 일시적으로 전략적 관계를 맺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