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급소, 단 4분 만에 뚫렸다…4인조 절도단 미스터리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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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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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유물을 훔친 4인조 절도단의 행방이 묘연하다. 수사당국은 침입부터 도주까지 7분밖에 걸리지 않은 사건의 배후에 범죄조직과 박물관 내 공범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르몽드 등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을 숙련된 범죄 집단이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로르 베퀴오 파리 검사장은 프랑스 RTL 방송에 “(박물관 내부에) 범인을 돕는 팀이 있을 수 있다”며 수사 인력을 60명에서 100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당국의 이 같은 판단은 범행이 순식간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범인들은 19일 오전 9시30분쯤 스쿠터와 사다리차를 타고 센강 쪽 박물관 외벽에 도착했다. 사다리로 2층 발코니에 오른 뒤 유리창을 깨고 박물관에 들어가, 표적으로 삼은 ‘아폴론 갤러리’에 진입한 게 9시34분이다. 강화유리 등을 자르는 앵글 그라인더로 진열장을 부숴 유물을 훔쳤고, 사다리차로 내려와 9시37분 스쿠터를 타고 달아났다. 전시실에서 절도를 벌인 시간은 3~4분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르피가로는 이를 ‘4분의 수치’라고 표현했다.

범인들은 박물관 사정을 정확히 파악해 사전에 치밀하게 동선을 짠 것으로 보인다. 루브르 박물관 관계자는 RTL에 “(범행이 벌어진) 오전 9시 개장 후 30분~40분엔 관람객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오전 11시까지는 매표, 입장객 통제, 보안검색 인력이 출입구에 집중돼 전시실 순찰이 가장 느슨해진다고 밝혔다.

범인들은 박물관 외벽이 공사 중인 것을 아는 듯 작업자가 입는 노란색 조끼 차림으로 사다리차를 통해 현장에 태연히 침입했다. 사다리차는 범인들이 이사 목적으로 빌리는 척 차 주인을 속인 뒤 빼앗은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번 사건은 루브르 박물관의 보안 허점 논쟁에 불을 붙였다. 프랑스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루브르 박물관에 CCTV가 설치된 구역은 전체 건물의 약 25%에 불과하다. 범행이 벌어진 아폴론 갤러리에 CCTV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재민 기자
도난당한 유물 가치는 14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범인들은 나폴레옹 1세가 부인 마리 루이즈 황후에게 선물한 에메랄드 목걸이와 귀걸이,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가 쓴 왕관·티아라·브로치, 18세기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의 사파이어 티아라·목걸이·귀걸이 등을 훔쳤다. 이중 외제니 황후 왕관은 범인들이 현장 인근에 떨어뜨린 걸 경찰이 회수했다.

베퀴오 검사장은 “루브르 박물관 큐레이터가 추산한 피해액은 8800만 유로(약 1460억원)”라며 “범죄자들이 (유물 내) 보석을 뽑거나 녹일 생각을 한다면 8800만 유로보다 비싸게 팔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신중하게 생각하고 아무 이유 없이 유물들을 파괴하지 않기를 바라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사라진 유물들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프랑스 문화부는 NYT에 “국가 소장 유물의 경우 막대한 비용 탓에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며 “유물이 (박물관 같은) 일반적인 보존 장소에 있는 경우 사고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국가가 자체 보험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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