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안학섭(95)씨가 러시아 등 제3국을 거쳐 북한으로 송환되기를 희망하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 측이 자국 방문은 가능하다면서도 송환의 핵심은 남북 당국의 승인을 받는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22일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에 따르면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지난 20일과 전날 각각 이메일과 등기를 통해 송환추진단이 문의한 '안학섭 선생 인도적 송환 관련 면담 요청' 공문에 답변을 했다.
러시아 측은 로만 비코브(Roman Bykov) 총영사 명의의 이메일에서 "안학섭 선생은 러시아와 대한민국 간의 유효한 양자 협정에 따라 일반적인 순서로 러시아 연방을 방문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관계 당국 승인을 받는 것"이라며 "이는 남북 관계의 문제이며 러-한 양국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대사관의 업무 범위가 아님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또 "(블라디보스토크의) 주러시아 대한민국 총영사관 직원들이 기술적 문제 해결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송환추진단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평양으로 가는 방안과 중국 베이징을 거쳐 평양으로 향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안씨의 북한 송환을 촉구한 바 있다. 송환추진단은 주한 중국대사관에도 협조 공문을 보냈으나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다.
안씨는 인천 강화도 출신으로 6·25 전쟁 때 북한군에 입대한 뒤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해 9월 비전향장기수 63명을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송환했으나, 당시 안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했다. 비전향장기수의 북 송환은 2000년 1차 송환 이후 25년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