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범죄자 1500명 “면죄부” 준 존스쿨, 재이수자도 매년 나와

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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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전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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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방지교육을 받은 성매수자는 형사처벌을 면하게 하는 ‘존스쿨(John School)’ 제도가 도입 20년을 맞은 가운데 안일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5년 세워진 대검찰청 내 지침에 따라 성매수 초범은 보호관찰소에서 16시간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조건으로 기소유예를 받을 수 있다. 세부 내용으론 ‘성구매 거절 연습’ ‘성매매 여성의 득과 실’ ‘성구매의 해악성’ 등을 다룬다. 교화를 노려 재범을 막는단 취지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매년 존스쿨을 이수한 1000여 명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중 성매매 사건 ‘재이수자’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20년 26명, 2021년 18명, 2022년 30명, 2023년 38명, 지난해 20명으로 최근 5년간 꾸준히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존스쿨 제도 취지대로라면 이들 재이수자는 교육 대상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

하지만 법무부는 예외규정을 두고 일부 재범자에게 다시 존스쿨을 이수할 기회를 주고 있다. 법무부의 성매매 알선 등 행위자에 대한 사건 처리 지침에 따르면 ▶형사처분 후 과거의 성매매 범행이 밝혀진 경우 ▶이전 범행으로부터 상당 기간 이후 다시 성매수한 경우 ▶피의자에게 장애가 있는 경우 등의 상황에 재이수가 가능하다.

김영옥 기자

“형사처벌이 능사가 아니라서 범행 경위나 죄질에 따라 예외를 뒀다”는 것이 법무부 설명이지만, 현장에선 법무부가 존스쿨을 안일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존스쿨이 도입된 해부터 2017년까지 보호관찰소에 교육을 나갔던 정박은자 대구여성인권센터 사업감사(상담소 전 부소장)는 수강자로부터 '백래시(여성의 지위 운동에 대한 반발)'를 느낀 경험을 전했다. 그는 “‘요즘 여자들은 자발적으로 (성매매) 한다. 아가씨들은 피해자가 아니다‘며 자신들의 억울함을 강사에게 호소하기도 했다“며 ”전날 ‘성매매여성의 피해실태’ 교육을 수강했음에도 성매매경험 당사자에 대한 혐오 발언이 이어지자, 양해를 구하고 강의를 중단하고 나온 적도 있었다”고 했다.

“이대로면 취지 퇴색… 법무부, 더 강력한 의지 보여주길”
정 감사는 수강자들이 재범방지 목적의 수강명령이 아닌 ‘교양강의’를 들으러 온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강사의 요청으로 술이 깨지 않은 상태로 졸고 있는 수강자가 보호관찰관을 통해 퇴장 당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장에선 내보내도 담당 검사의 의향에 따라 다시 교육을 이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초범이 아닌데 두번째로 교육을 듣는 수강생도 있었다. 제도의 기존의 취지서 벗어난 경우였다. 한편 법무부에선 존스쿨 처분된 성매수자가 이후 재범했는지에 대한 실태 조사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감사는 “교육실시기관과 강사들 간의 상호피드백이 있으면 교육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음에도, 강사들에게 피드백을 요구한 적이 없어 매우 아쉬웠다”며 “법무부가 존스쿨 제도 집행 초기의 강력한 의지를 내주길 원한다”고도 전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관계자는 “존스쿨 초기엔 성매매 당사자 출신 활동가들도 열심히 강의에 참여했었는데, 부적절한 말을 듣는 건 물론 강의해도 성 구매 방지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공유되면서 많이 그만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엄격하게 관리되지 않을 바엔 존스쿨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육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존스쿨처럼 짧은 기간의 교을 여러 번 보내면서까지 면죄부를 주는 건 실효성이 없다”며 “차라리 보호처분을 통해 징역까지 가진 않으면서도 더욱 확실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위원은 “예컨대 과거엔 상담조건부, 교육조건부 기소유예를 보내던 가정폭력사범을 최근엔 보호처분으로 보내고 있다”며 “성매수자에 대한 처벌도 같은 길을 밟아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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