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현장 국감은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대법관과 재판연구관 사무실에 대한 현장 검증을 하겠다며 감사 중지를 선포하는 통에 결국 파행했다.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관례에 따른 이석을 허용하지 않고 85분간 ‘대선 개입’ 의혹 질의를 강행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감에서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인사말도 듣지 않았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국감장을 빠져나가자 천 처장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자료를 만지작거리거나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감사에서 대법관 집무실을 현장 검증하겠다는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사법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완전히 무시한 행태”라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미확인 소문이나 합성사진을 국감장에서 여과 없이 선보인 것이다. 여권 내에서도 “질의 준비를 수만, 수천 쪽씩 하면 뭐하느냐. 이런 근거 없는 주장에 주목을 다 뺏긴다”는 한탄이 나왔다. 그러나 최 의원은 ‘유튜브 쇼츠’ 등에서 주목을 받아 인지도를 높였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들이 어떻게 하면 자극적으로 할 수 있을까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유튜브 쇼츠 등을 통해 강성 지지층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길거리 싸움 수준의 저질 격돌이 수시로 다양한 상임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이날 고용노동부를 대상으로 한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한국노총 출신의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을 언급하며 “간첩활동을 노동단체 속에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발언한 게 계기였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민주노총 명예훼손”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성과 삿대질을 이어갔다. 김 의원도 삿대질로 맞받아 국감은 한동안 파행했다.
같은 날 법사위에서는 최고령 현역인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 사이에 ‘반말 소동’도 있었다. 박 의원은 질의 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끼어들자 “조용히 해”라고 소리쳤고, 신 의원이 “왜 자꾸 반말을 하세요”라고 받아쳤다. 이에 박 의원은 “(나한테) 반말 할 거면 해”라고 응수했다.
근거 없는 ‘카더라식 질의’도 범람했다.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선 중국인의 건강보험료 부정수급 의혹이 집중 제기됐지만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외국인 건강보험 부정수급자의 70.7%가 중국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적한 부정수급의 99.5%는 사업장 퇴사 시 사업주가 늦게 신고해 발생한 것으로 이용자의 부정수급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선우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지도부나 소속 의원 모두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는 정치 환경으로 변질되면서 자정 작용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