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양천구의 현대하이페리온 오피스텔(전용 102.36㎡)은 신고가인 2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보다 4000만원 높은 가격이다. 같은달 4일 강남구 타워팰리스 오피스텔(전용 75㎡)도 이전 최고가보다 6000만원 오른 2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타워팰리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오피스텔 대형면적은 아파트와 거주하기엔 큰 차이가 없어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얼어붙었던 서울 오피스텔 시장이 다시 불붙을 조짐이다. 아파트값 상승의 풍선효과가 각종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오피스텔 시장으로 번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 오피스텔 거래량은 95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326건)보다 14.5%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으론 2022년(1만3054건) 이후 최대다. 9월 거래 신고 기간이 아직 남아 있어 올해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가격도 오름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전달보다 0.13% 오르며 8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매매 평균가격은 3억392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가량 올랐다. 인천과 경기를 비롯한 다른 지역은 모두 하락하는 가운데 서울만 나홀로 상승세다.
올해 급등한 서울 아파트값에 부담을 느끼는 실수요층 일부가 아파트와 구조가 비슷한 오피스텔 대형면적(85㎡ 초과)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오피스텔은 시장은 원래 소형면적 위주로 월세 투자를 하는 수요층이 주류였는데, 최근에는 투자보다 가족단위로도 실거주를 할 수 있는 대형 면적 수요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실제 가격도 대형면적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지난달 수도권 오피스텔 대형면적 평균가격은 전달보다 0.44% 오른 반면, 중대형(60㎡ 초과 85㎡ 이하) 이하 면적은 모두 하락했다.
각종 부동산 규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오피스텔은 주택법상 ‘준주택’으로 분류돼 6ㆍ27 규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한도 6억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실거주 의무 등도 없어 갭투자도 가능하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예를 들어 타워팰리스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밖에 못 받지만, 같은 단지 안의 오피스텔을 매수할 경우 오피스텔담보대출을 소득에 따라서 10억원 이상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오피스텔은 아파트 만큼 되팔기 어려운 점 등을 유의해서 매입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위원은 “수요가 있는 주요 업무 지구와 주거 선호 지역 등에선 오피스텔이 아파트의 대체제가 돼 가격이 오를 수는 있지만, 이를 전체 오피스텔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