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추궁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에 개입하려 한다”는 국민의힘이 충돌하며 이날 법사위는 초반부터 난장으로 흘렀다. 당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개의 시간이 13분 늦어지자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렇게 단체로 늦으면 어떡하냐”고 따졌고,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송양치기. 말이 많아. 셧 더 마우스”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송 의원은 “국민은 아는데 양치기가 누군지”라고 되받았다.
회의가 시작되자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추 위원장은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기존 판례를 무시하고 예외를 적용해 이례적으로 속전속결 판결을 내렸다”며 “예외를 반복적으로 적용하면 직권남용 의혹까지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적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 주실 것을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원고를 미리 준비해 온 조 대법원장의 답변은 추 위원장의 기대와 달랐다.
하지만 추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의 인사말 직후 그를 참고인 신분이라고 밝히며 의사 진행을 이어갔다. 추 위원장은 “지금 대법원장님은 증인이 아니다”며 “증인 선서 전에 참고인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에선 “어떻게 대법원장을 감금하느냐”(신동욱 의원) 등 반발이 빗발쳤다.
일각에선 강제 출석이나 처벌 규정이 있는 증인 대신 참고인으로 전환한 걸 놓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과 추 위원장 간 국감 출석을 놓고 많은 대화가 있었다”며 “증인 선서를 통해 증인 채택은 하지 않고 오전 중에 질문을 하면 답변하지 않더라도 마무리할 때 답변을 하라고 양해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한덕수 전 총리를 만난 적 있느냐”(박균택 의원), “윤석열과 만난 적이 있느냐.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서영교 의원)며 쏘아붙였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내내 굳은 얼굴로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87년 체제 이후 대법원장이 국회에 나와서 재판 사안에 대해 일문일답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배운 삼권분립, 사법부 존중, 국회 존중이 이 자리에서도 실현되는 모습을 원한다”며 조 대법원장의 이석 허가를 요청했다. 결국 조 대법원장은 오전 11시38분 국감이 정회되자 85분 만에 회의장 밖으로 나갔다. 이 과정에서 최혁진 의원이 조 대법원장을 따라붙으며 ‘친일사법 사법내란’이라고 적힌 패널을 들고 “이석하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하지 않음으로써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석 12시간 만인 밤 11시40분 법사위 질의가 모두 끝나자 마무리 발언을 위해 국감장에 다시 들어섰다.
조 대법원장은 한덕수 전 총리 등과의 회동 의혹에 대해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선 “저를 비롯한 12명의 대법관이 심리에 관여한 전원합의체에서 이뤄졌고, 그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되고 논의된 판단의 요체는 판결문에 모두 담겨 있다”고 했다. 천대엽 처장도 이날 법사위에서 “판결문을 보면 다수의견 대법관 10명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고, 우리 헌법과 법률에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