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은 지난달 27일 당직을 맡았다. 대표 비서실장 업무와 법사위 활동을 병행하기는 어렵다는 게 당 지도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법대 출신과 율사들 중 선뜻 나서는 의원이 전무하다고 한다.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로 전쟁이 일상이고 사람 하나가 아쉬운데, 인력 공백이 메워지지 않아 큰 걱정”이라고 했다.
다들 법사위를 기피하는 건 ‘소득보다 고생이 크다’는 인식 때문이다. 당 중진 의원은 “법사위에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기 때문에 상당한 압박을 느낀다”며 “전투력으로 버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여당 지도부를 쥐락펴락하는 ‘개딸’(개혁의 딸·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들) 세력의 외곽 공격이 더해졌다. 한 법사위원은 “상임위가 열릴 때마다 개딸 문자 폭탄에 정상적으로 휴대폰을 쓰기 어려운 지경”이라며 “요즘에는 의원들뿐 아니라 의원실 보좌진들 이름과 번호까지 알아내 전화로 욕을 하거나 문자 폭탄을 보낸다”고 토로했다.
‘추·나(추미애·나경원) 대전’이 벌어지면서 국민의힘은 법사위에서 더욱 고립됐다. 정식 간사가 없어 통상적 물밑 소통이나 자료 공유 등이 예전만큼 원활하지 않다는 말이 들린다. 법사위원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에서 논의하는 모든 상정 법안이 올라오기 때문에 여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 상임위이지만, 정작 여당의 입법 독주에 저항할 수단이 없다”며 “독이 든 성배”라고 말했다.
21대 국회 법사위에서 활동했던 의원은 “법사위에는 늘 능력 있는 의원들이 몰렸었는데, 대여 전략의 부재가 법사위 구인난으로 더욱 부각돼 씁쓸하다”고 했다. 타위법(타 상임위 소관 법안)과 자위법(법사위 소관 법안) 모두를 심사하는 법사위는 오랫동안 당내 율사 출신들이 기량을 뽐내는 무대로 여겨졌다. 초·재선이라도 법무부·대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와 청문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가 적잖았다. 여론 주목도에 힘입어 지난해 총선 여야 법사위원 당선율이 66.6%로 전체 상임위 중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판사 출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법사위 간사를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