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는 연령은 더 어려졌고, 선행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대치동에선 5세에 영어, 6세에 수학, 7세가 되면 국어학원에 다닌다. 사교육 입문 과목은 영어다. 영어유치원(영유) 졸업 뒤 보내는 학원 대부분이 미국 교과서를 교재로 쓴다. PEAI·ILE·렉스김어학원이 대치동 ‘빅3’로 꼽힌다. 이들 학원 합격자 수에 따라 영유 서열이 나뉘기도 한다.
수학은 6세에 ‘사고력 수학’으로 시작한다. 사고력 수학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과정(교과 수학)이 아니다. 교과 수학과의 차이는 개념을 다루는 방법이다. 교과 수학이 일방적으로 (개념을) 설명하고 문제를 풀게 한다면, 사고력 수학은 주제를 던져주고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해 규칙을 찾게 돕는다. 시매쓰·CMS·소마사고력수학·필즈더클래식 등이 대표적이다.
초등 4학년을 기준으로 학원 지형도는 크게 달라진다. 본격적인 대입 레이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고력 수학은 교과 수학으로, 미국식 영어는 내신과 수능을 위한 문법·독해 중심의 한국식 영어로, 독서·토론·논술은 독해 중심의 국어로 이동한다. 수학 공부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영어·국어 학원 시간을 줄이는 것도 이때다. 이 시기 가장 인기 있는 수학학원은 생각하는황소다. 이 학원에 들어가려고 과외를 받거나 다른 학원에 다니기도 한다.
사교육 시작 연령이 낮아지면서, 선행과 반복 학습은 필수가 됐다. 반복을 위해 선행을 하고, 선행을 하니 반복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핵심은 수학이다. 대치동에서는 3~4년 선행이 일반화돼 있다. 초등 5~6학년이면 중등 과정을 마치고 고교 과정을 시작한다. 영어도 예외는 아니다. 보통 만 3세인 영유 1년 차에 미국 초등 1학년 과정을 배우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부터 수능 영어는 절대평가가 됐다. 따라서 최상위권을 변별하는 데 수학이 중요해졌다. 대치동에선 초등 고학년 이후 수학에 ‘올인’하기 위해 그 전에 영어를 끝내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2022학년도부터 실시된 문·이과 통합 수능도 수학에 올인하는 분위기에 일조했다. 대입에서 자연계열이 우위를 점하면서 이과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 국어학원이 부상하는 것도 대입 때문이다. 국어 비문학 지문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변별력을 결정하는 과목이 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