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한다면 선진국보다 신흥국 왜? [에브리씽 랠리 시대, 투자 전략 어떻게]

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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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코인 더 간다…원자재 주목할 만


화폐 가치 하락이 불러온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는 주식·금·코인 등 자산 가격을 일제히 끌어올렸다. 전 세계 주요국 재정 부담이 지속되는 데다, 경기 둔화 우려에 당분간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화폐 가치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할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높아진 자산 가격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는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거대한 흐름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지금처럼 외환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한 리스크 헤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투자자산부터 지역까지 최대한 분산해 변동성을 제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단, 화폐 가치가 떨어졌다고 현금을 아예 보유하지 않는 건 위험하다. 현금 비중을 줄이되, 일정 수준은 보유하며 시장 변동성 확대 시 기회 자금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느 때보다 적절한 자산 배분이 중요한 시점이다.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

자산 배분으로 제어해야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자산 배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높은 변동성을 제어하기 위해서다.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자산뿐 아니라 금이나 원자재 코인 등 대체자산을 함께 담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자산뿐 아니라 지역 분산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식 비중을 확대하더라도 국내와 해외, 선진국과 신흥국 비중을 적절히 분산하는 식이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주식과 채권이라는 자산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변동성 제어 차원에서 금과 같은 대체자산에 대한 관심을 높일 때”라며 “주식 투자를 하더라도 미국 쏠림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지역에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금 가격이 향후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 전시된 골드바. (연합뉴스)
미국보다 한·중 주식

반도체 랠리 잇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주식 비중을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65%까지 가져갈 것을 추천한다.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고 인플레이션 이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자산이라는 이유에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미국 등 선진국 주식보다 한국, 중국 등 신흥국 주식이 더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식은 가격 고평가 우려가 지속되는 데다, 인공지능(AI) 버블 논쟁이 향후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한국은 증시를 주도하는 반도체 업황 개선이 점쳐진다. 글로벌 AI 산업 발전에 따라 국내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기술(IT) 업종 수혜가 예상된다. 여기에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환원 강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도 국내 증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코스피 4000포인트 돌파 전망도 속속 등장한다. 대신증권은 코스피 밴드 상단을 4400포인트로 제시했다. 10월 15일 종가(3657포인트) 대비 20% 높은 수준이다.

국내 유망 업종으로는 반도체가 거론된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는 자본 시장 선진화법 시행 기대감과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구조적 강세가 예상된다”며 “AI 인프라 장비와 인터넷도 유망 업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을 60%까지 확대해도 괜찮다는 판단”이라며 “국내 30%, 선진국 20%, 신흥국 10% 비중을 가져갈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 중화권 중심 신흥국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도 새겨들을 만하다. 특히 올해 투자자 관심이 커진 중화권 증시가 아직까지 본격적인 강세장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중화권 증시는 테크·AI·제조 등 핵심 성장 산업과 구조적 재평가 국면이 이어졌다”며 “올해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중화권 증시 강세는 내년 본격적인 상승세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는 과거 2013~2014년, 2016~2017년과 유사한 흐름”이라며 “중화권 증시는 10% 이상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내년 2분기 한국채 비중 확대

금리 인하 기대 유효

채권은 자산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선진국 채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 평소보다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트폴리오에서 20~30% 비중으로 채권을 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채권은 전체 자산의 30~40% 비중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주요국 국채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주요국 재정적자가 심각하고 정부부채 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어 신용등급 추가 강등 위험이 높은 편”이라며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도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내년 1분기까지는 미국채 비중을 높게 가져가되, 2분기부터는 한국채 비중을 점차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채권 가격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2분기부터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질 우려가 있다. 반대로 한국은 내년 2분기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는 만큼, 2분기 이후로 한국채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은 당분간 고용 둔화 속 셧다운으로 경기에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2분기를 기점으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방향성이 갈라질 것”이라며 “내년 2~3분기 중 미국채 비중을 한국채보다 줄여나가는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장기채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각국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국채 발행 물량이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다. 국채 공급이 늘면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

금 랠리 더 간다는데

희토류·우라늄 주목

금은 달러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달러가 불안한 디베이스먼트 시대 가장 확실한 위험 회피 수단으로 금이 주목받는다. 평소보다 금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포트폴리오에서 금 비중을 20~30%까지 늘릴 것을 추천했다. 금 비중을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20%, 보수적 성향이라면 30%까지 확대해도 괜찮다는 진단이다.

다만 투자자는 최근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금 가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달러가 불안한 상황에서 투자자 관심이 리스크 헤지에 집중된 만큼, 당분간 금 가격은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올투자증권은 금 가격이 최대 온스당 47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기적으로는 온스당 5000달러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iM증권은 향후 5년 내 금 가격이 온스당 최대 5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명실 iM증권 애널리스트는 “금은 최근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기 때문에 단기 상승 탄력은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재부상 가능성에 대비해 금과 같은 실물자산 비중을 확대해 방어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자재 중 우라늄과 희토류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눈길을 끈다. 우라늄은 원전 수요 증가로 장기적인 공급 부족 문제가 제기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면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희토류 역시 중국에 집중된 공급을 극복하기 위한 유럽과 미국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하며 희토류를 둘러싼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박희찬 센터장은 “현재 각광받는 희토류와 우라늄 등 원자재에 대한 관심을 키워야 한다”며 “희토류나 우라늄에 대한 직접 투자는 물론 채굴 등 관련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5% 이내 담아볼 만

14만달러 넘어 25만달러까지

코인이 투자 수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통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디베이스먼트 시대 헤지 수단으로 코인이 각광받는다. 코인에 대한 투자의견은 엇갈리지만, 최근에는 전문가 상당수가 코인을 소액이라도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 리스크가 여전히 큰 자산인 만큼 5% 이내 비중으로 담을 것을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코인을 보유하라는 이유는 금과 유사하다. 정부나 중앙은행 통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화폐 가치 하락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이른바 ‘디지털 금’ 역할이다. 김태봉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미국이 전격 허용하고 부양하려는 의도는 미국 달러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비트코인은 부동산을 제외한 투자자산 중 장기적으로 유망하고 구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는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적금처럼 매수만 하고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역시 금과 마찬가지로 치솟은 가격이 부담이다. 비트코인은 10월 들어 12만6000달러선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11만달러대로 하락하긴 했지만,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비트코인 가격이 9만달러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iM증권은 비트코인 가격이 1년 내 14만달러까지 상승하고, 5년 내 25만달러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명실 애널리스트는 “미국 셧다운 여파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알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이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11월 중 알트코인 ETF가 승인되면 기관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흥국의 하이퍼 인플레이션(통제 불가능한 수준의 물가 상승)과 주요국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인플레이션 헤지 수요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비트코인 수요는 장기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가치 떨어져도 현금 보유하라

달러 강세 전환 염두에 둬야

화폐 가치 하락으로 현금 보유 시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디베이스먼트 시대 현금 비중을 줄여야 하는 이유다. 다만 아예 현금을 보유하지 않는 포트폴리오 구성은 위험하다. 위기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보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이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급락할 때, 유망한 매물을 즉시 싼 가격에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현금 보유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현금 비중을 과거보다 낮추되, 최소 5%에서 10%까지는 유지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가치가 떨어지긴 했어도 현금은 달러로 보유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조언도 눈길을 끈다. 오건영 단장은 “단기적인 달러 환율 등락에 주목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달러 강세 전환 가능성을 반영해야 한다”며 “긴 호흡에서 달러를 포함해 포트폴리오를 넓게 펼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1호 (2025.10.22~10.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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