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규제 완화·투자 확대 필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70개사를 대상으로 ‘한·중 산업 경쟁력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중국 경쟁 기업과 비교해 기술 경쟁력이 앞선다’고 답한 기업은 32.4%에 그쳤다. ‘기술 경쟁력 차이가 없다’(45.4%) 또는 ‘중국이 앞선다’(22.2%)는 응답이 상당수였다.
2010년 동일 조사에서 응답 기업 중 89.6%가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중국보다 높다’고 응답했다. 15년 새 국내 기업의 57%가 중국 기술에 따라잡히거나 추월당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한상의 측은 “이번 설문에 응답한 기업 전체가 15년 전에도 참여한 것은 아니나, 대·중소기업 비중과 업종별 비중, 질문은 같아 기업 체감도를 평가하는 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한국 제품의 상대적 단가 체감도를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84.6%가 ‘한국 제품이 중국산에 비해 비싸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중국산 제품이 국산보다 30% 이상 저렴하다’고 답한 기업이 과반(53%)이었다. 이 같은 응답은 디스플레이(66.7%), 제약·바이오(63.4%), 섬유·의류(61.7%)에서 주로 나왔다.
한국의 강점이었던 제조 속도마저 중국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이 빠르다’(42.4%)는 응답이 ‘한국이 빠르다’(35.4%)를 앞질렀다. ‘비슷하다’는 22.2%를 차지했다.
조사에는 중국 산업의 성장이 3년 내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도 포함됐다. 응답 기업의 69.2%는 ‘국내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영향 없음’이 23.5%, ‘긍정적’이라는 답은 7.3%에 불과했다. ‘국내 기업의 매출도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도 69.2%였다.
일각에서는 한·중 기술 역전 원인을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 지원과 유연한 규제에서 찾았다. 대한상의는 “한국도 상대적으로 미흡한 정부 지원, 성장을 가로막는 폐쇄적 규제 환경,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지원 혜택이 줄어드는 역진적 구조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한국의 제조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며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기업이 더 많이 투자하고 기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성장 지향형 정책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