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치금 912억…범죄 연루된 ‘검은돈’ 추정
범죄 연루 가능성이 있는 자금이 국내 금융사의 현지법인 계좌를 통해 순환하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은행 중 캄보디아 프린스그룹 간 거래 내역’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법인 5곳이 프린스그룹과 총 52차례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 금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했다.
가장 많은 거래를 한 금융사는 전북은행이다. 프린스그룹은 전북은행에 47건의 정기예금을 예치했으며, 거래액은 1216억9600만원이었다.
현재도 900억원이 넘는 프린스그룹 자금이 국내 금융사 현지법인에 남아 있다. 국민은행(566억5900만원), 전북은행(268억5000만원), 우리은행(70억2100만원), 신한은행(6억4500만원) 순이다.
프린스그룹은 부동산·금융 등 사업을 통해 캄보디아 경제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기업이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인신매매·온라인 사기·불법 감금 등 각종 강력범죄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프린스그룹과 이 회사의 천즈 회장을 대상으로 공동 제재에 나선 상태다.
한국 정부도 프린스그룹 등 범죄 관련자를 대상으로 금융·외환·출입국 제재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자금 동결 조치를 할 경우 해외 현지법인 계좌에도 효력이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은행들은 이미 미국과 영국 등 제재에 따라 프린스그룹 자산을 동결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 16일 자로 프린스그룹 명의 계좌를 동결 조치했다”며 “향후 국제 제재 준수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고 관련 법령과 규정을 기반으로 신속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이 자국민 피해에 발 빠르게 나선 것에 비해 한국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캄보디아 내 범죄 정황과 한국인 피해를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국제 제재가 이뤄진 뒤에야 ‘뒷북 제재’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이에 동결 자산을 바탕으로 범죄 이익 환수 등 실질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 의원은 “금융위는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검은돈’ 동결 가능 여부 등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와 협의해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확한 실상 파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