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고수들의 비밀 노트...미리 보는 2026 자영업 트렌드 [스페셜리포트]

나건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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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영업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올해 굵직한 이슈가 연달아 터지며 불안을 키웠다. 비상계엄 여파로 시작한 내수 침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취업자 수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사상 첫 20% 밑으로 떨어졌다. 가뜩이나 장사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 포장 수수료 유료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외국인 관광객 급증 등 변수가 워낙 많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바쁜 소상공인이 무서울 정도로 변화무쌍한 자영업 환경과 트렌드를 좇는다는 건 버거운 일이다. 이럴 때는 여러 ‘장사고수’ 의견을 종합해 들어볼 필요가 있다.

매경이코노미는 선배 창업가 멘토링 플랫폼 ‘창톡’과 손잡고 매년 이듬해 자영업 트렌드를 살펴보는 책을 만든다. 창톡은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와 예비 창업자를 선배 자영업 고수와 연결,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내년 시장을 전망하는 책이 나왔다. 성공한 선배 창업가와 컨설턴트, 자영업 교수, 데이터 분석 전문가,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 등 약 30명 저자가 함께 ‘2026 자영업 트렌드’를 펴냈다. 책 내용을 토대로 2026년 달라질 자영업 환경을 미리 내다봤다.

2026년 자영업 트렌드 10대 키워드

1. 가성비 신기루

지속 불가능 ‘초저가 마케팅’ 금물

불황에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자영업 시장에도 ‘초저가’를 앞세운 업종과 브랜드가 판을 친다. 2024년 ‘샤브샤브 무한리필’, 2025년 ‘초저가 한우’에 이어 2026년에도 역시 가성비 트렌드가 유효할 전망이다. 전성기를 맞이한 다이소를 비롯해 ‘노미호다이(주류 무제한)’ ‘야키니꾸 타베호다이(고기구이 무제한)’ ‘초저가 돼지갈비’ 등이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고 장사고수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신규 브랜드 입장에서는 초기 마케팅을 위해 가성비를 극단적으로 강조하며 이른바 ‘어그로’를 끄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일시적 공급 과잉에 따른 시장 내 비정상적인 가격 하락 구간을 이용하거나, 팝업스토어를 통한 초단기 마케팅으로 이슈몰이를 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속 불가능한 가성비는 그야말로 ‘신기루’처럼 스러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연어·육회 무한리필에 이어 올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초저가 한우 역시 벌써부터 삐걱거린다. 원재료비 부담이 급증하면서 매출은 크지만 정작 손에 쥐는 돈은 없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김명진 링크업비즈 대표는 “식재료비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리다매 영업을 추구하는 브랜드는 사실상 유지가 어렵다”며 “겉으로 보이는 초저가 인기에 현혹되지 말고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브랜드와 모델을 가려낼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2. 점포재생

작은 폐업·창업으로 ‘업종변경’

브랜드와 상권 생애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뜨는 브랜드는 금세 요절하고 상권도 빠르게 쇠퇴한다. SNS 숏폼을 통한 정보 홍수로 소비자 망각 속도가 빨라졌고, HMR 인프라 발달로 신생 브랜드 공급이 늘어나며 생긴 일이다.

자영업자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점포재생’이 주목받는다. 기존 점포와 집기를 최대한 재활용해 새로운 브랜드로 리브랜딩하는 방식으로, 빠른 트렌드 변화 속에서 또 다른 의미의 ‘장수 가게’를 가능케 한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창업과 폐업 비용을 크게 아끼면서도 트렌디한 업종으로 변경, 재기를 노릴 수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기존의 좋은 입지에 신규 매장을 낼 수 있는 데다 빠르게 점포 수를 늘릴 수 있어 윈윈이다. 노승욱 창톡 대표는 “브랜드력과 입지(목) 경쟁력을 축으로 놓고 자기 매장의 현재 위치를 파악한 뒤, 필요할 때 과감히 업종을 갈아타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입지는 훌륭하지만 브랜드가 노후된 ‘브약목강(브랜드는 약하지만 입지는 강한)’ 매장이라면 점포재생을 통해 다시금 ‘브강목강’ 구간을 사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3. 피난소 상권

몰·카페·편의점, 폭염 피난처로

2025년 여름, 역대 최장 열대야가 계속되는 등 ‘폭염의 뉴노멀’이 현실이 됐다. 길어진 여름과 극심한 더위는 상권 지형을 바꾸는 구조적 요인으로까지 작용한다. 장사고수 설문 결과에서도 절반에 달하는 응답자가 “폭염으로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아예 거리를 걷지 않고 실내로 ‘피신’하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가장 타격을 많이 받는 곳은 대로변 로드숍, 전통시장, 플리마켓, 포장마차 같은 노출 상권이다. 반대로 ‘몰’이나 ‘드라이브스루’ ‘예약 기반 목적형 매장’처럼 시원한 실내 공간과 이동 편의성을 제공하는 상권이 새롭게 부상할 수 있다. 무작정 걷다 발견하는 매장보다는 온라인 검색과 리뷰, 예약을 통해 찾아가는 ‘피난소 매장’ 선호도가 오른다.

외식업 전략도 바뀔 필요가 있다. 이제는 “얼마나 눈에 잘 띄는가”보다 “얼마나 편하고, 예약이 쉽고, 시원하게 도착할 수 있는가”가 매출을 좌우하게 된다.

4. 대확행(大確幸)

대형 매장 ‘공간발’로 유혹하라

그간 F&B 유행을 선도한 것은 탕후루, 요아정 같은 소형 매장이었다. 배달 앱 중심 배달·포장 모델이 유행하고 초기 창업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에 ‘소자본 가성비 창업’이 인기를 끌었다.

2026년에는 흐름이 반전된다. 배달 앱 수수료 인상과 포장 수수료 징수로 배달·포장 전문 소형 매장 수익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쇼핑이 지겨워진 소비자가 오프라인에서는 더 특별한 경험을 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작은 매장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던 ‘소확행’의 시대가 저물고, 넓은 공간과 콘텐츠가 주는 확실한 만족, ‘대확행’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여러 장사고수는 내다본다. 새로운 소비자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40~50평 이상 대형 매장에서 쾌적하고 다양한 부대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 같은 공간을 운영할 때 필요한 비용, 즉 ‘스페이스 코스트’가 중요해진다. 테이블 수를 다소 줄이더라도 주차장·대기 공간·프라이빗 룸·후식바 같은 ‘머무는 경험’, 즉 ‘공간발’을 위한 투자가 요구된다.

교외에서 대형 매장을 여럿 운영하는 서오석 돈까스온도 대표는 “대형 매장 장점은 여럿이다. 최대 매출값을 높일 수 있을 뿐더러 생각보다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들지 않는다”며 “매장이 크면 그 존재만으로도 광고판 역할을 하고 SNS에 올리면 좋을 만한 내외부 포인트도 여럿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5. 소스플레이

생고기에서 양념육으로

국내 고깃집, 특히 삼겹살 중심 육류 외식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면적 대비 매출이 높아 창업 시장에서 여전히 스테디셀러이지만, 점포 경쟁이 치열하고 메뉴가 단조로워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아이템이 바로 ‘양념육’이다. 양념으로 원육 품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데다 감칠맛과 중독성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저등급 고기를 쓴다고 해도 양념 품질만 좋으면 고객 만족도가 크게 오른다. ‘가성비 운영’에도 적합하다는 얘기다. 간장·고추장 베이스 양념육은 ‘고기밥’ 같은 새로운 메뉴 카테고리 개척에도 유리하다. 김현수 외식경영 대표는 “다소 떨어지는 원육의 질을 양념과 연탄 화력이 보완해줄 수 있다”며 “코리안 바비큐를 다소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외국인에게도 양념육은 대중적인 보완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6. 베이글 리턴

‘뉴욕형’ 가고 ‘한국형’ 온다

카페·디저트 업종에서는 ‘베이글의 귀환’이 화두로 떠오를 것이란 의견이 많다.

베이글은 2010년대 초중반 반짝 유행하며 많은 카페와 제과점에서 인기 메뉴로 등장했지만, 특유의 밍밍한 맛과 질긴 식감 때문에 관심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베이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뉴욕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가던 베이글과 달리, 지금은 한국인 입맛에 맞춘 폭신폭신하고 다양한 맛 베이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코끼리베이글’ 등이 대표 성공 사례다. 쪽파, 단팥, 크림치즈 생크림 등 취향 맞춤형 베이글이 등장하면서, 단순한 유행을 넘어 콘텐츠 경험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철주 크리에이티브스푼 대표(유튜브 장사만세)는 “베이글은 아침과 브런치 식사로 좋을 뿐 아니라 식후 디저트로도 알맞고 일반 베이커리보다 조리 난도가 훨씬 쉽다는 장점이 있다”며 “고객이 일부러 찾아와서 먹는 대표적인 음식인 덕분에, 마케팅 시 고객 유입 효과도 뛰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매경이코노미와 선배 자영업자 멘토링 플랫폼 ‘창톡’이 자영업 시장을 전망하는 책 ‘자영업 트렌드 2026’을 펴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0호 (2025.10.15~10.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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