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경쟁력?…‘대마필사’ 시대 온다 [People]

박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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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 송길영 작가


“이제 거대하면 죽는다. 과거 성공 공식이 현재 대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AI가 촉발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기업 생존을 가르는 것은 ‘규모의 경제’가 아닌 ‘변화에 반응하는 속도’라는 섬뜩한 경고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 데이터로 시대정신을 읽는 송길영 작가가 신간 ‘시대예보: 경량문명의 탄생’을 통해 생존을 고민하는 모든 조직에 보내는 긴급 특보다.

그는 ‘대마불사’의 신화는 깨졌다고 단언한다. 부가가치 원천이 자본 투자에서 ‘지능의 활용’으로 넘어가며, 변화에 둔감한 거대 조직은 작은 경쟁자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고 있어서다. 조직이 클수록 의사결정 시간은 길어지고, 방향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위기 신호를 알아채도 이미 때를 놓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경량문명 핵심은 속도와 유연성

송길영 작가가 말하는 ‘경량문명’의 핵심은 속도와 유연성이다. 이는 소비 성향 변화가 아닌, 근본적인 ‘생산 방식’ 변화다. 과거 중량문명 시대에는 많은 자산과 인력을 보유한 조직이 안정성을 담보했지만, 이제 그 ‘무거움’이 오히려 생존을 위협하는 족쇄가 됐다. AI와 협력하는 작은 팀이 거대 조직을 압도하는 시대, 기업의 핵심 질문은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는가”에서 “얼마나 빨리 바꿀 수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는 철학이다.

그가 제시하는 생존 해법은 뭘까. 조직 ‘밀도’를 낮추는 것이다. 비행기는 커도 하늘로 날지만 조약돌은 작아도 물에 가라앉듯,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닌 밀도다. 이는 단순히 인력을 줄이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절차, 복잡한 계층, 중복 업무를 걷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대안으로 그는 과거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보고 체계 대신, 실시간 데이터 공유로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덜 소유하고 더 연결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다.

리더의 역할 또한 지시와 통제를 하는 존재가 아닌, 조직이 빠르게 움직이도록 환경을 만드는 ‘설계자’로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작가는 이 책을 읽은 기업인이 임원 회의에서 던져야 할 단 하나의 질문을 제시했다.

“우리가 지금 붙들고 있는 것 중, 버리면 더 빨라지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이 조직을 가볍게 만들고, 경량문명으로의 전환을 여는 시작점이다.]

송길영 작가는
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이다.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을 관찰하며 현상의 연유를 탐색하고 그들이 찾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20여 년간 해왔다. 개인들의 행동은 무리와의 상호작용과 환경의 적응으로부터 도출됨을 이해하고, 그 합의와 변천에 대해 알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것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저서로 ‘시대예보 : 경량문명의 탄생’, ‘시대예보 : 호명사회’,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그냥 하지 말라’, ‘상상하지 말라’,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가 있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0호 (2025.10.15~10.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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