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 [신간]

반진욱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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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남자들은 왜 분노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권기대 옮김/민음사/ 2만2000원
2025년 7월, 이재명 대통령은 “전체 구조적으로 보면 여성이 차별받는 억울한 집단이 분명하다”라고 하면서도 “남성들이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영역이 있는데, 공식적 논의를 어디서도 안 하고 있다”라며 “남성 차별을 연구하고 대책을 만드는 방안을 점검해달라”라고 발언했다. 이 대통령 발언은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졌다. 그간 국내 정권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여성의 차별에 대해서는 활발한 정책을 내놨지만, 남성이 제기하는 역차별 문제는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역차별 문제를 언급할 정도로 한국 남성의 불만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리처드 리브스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이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남성 문제’를 파헤친다. 남성 문제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 구조 변화, 고립,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심화가 낳은 혼란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 남성이 자살할 확률은 여성의 약 세 배에 달한다. 실제로 45세 미만 영국 남성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자살이다. 절망사에 관한 연구를 보아도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의 70% 가까이가 남성이다.

저자는 남성 문제를 접근하는 좌파와 우파의 방식을 모두 비판한다. 진보주의자들은 성평등 문제를 제로섬 사고로 인식한다. 남성이 겪는 어려움을 인정하면 소녀와 여자들을 위한 노력이 약해질까 봐 두려워한다. 성 불평등이 양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파는 겉으로는 남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로 돌아가려고만 한다. 가부장적인 책임만을 남성에게 강요한다.

책은 진영을 떠나 남성 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통적 남성성이 부여해주던 동기를 잃은 소년과 남자들은 존재론적 안정감을 잃고 무기력해졌다. 기회가 있어도 잡지 않는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남성을 개조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자는 말미에 남성들의 변화도 촉구한다. 구조나 사회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성들 역시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남성의 역할은 무엇이고, 이상적 남성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1호 (2025.10.22~10.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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