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리브스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이 세계적인 과제로 떠오른 ‘남성 문제’를 파헤친다. 남성 문제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 구조 변화, 고립, 사회적·경제적 불평등 심화가 낳은 혼란과 함께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 남성이 자살할 확률은 여성의 약 세 배에 달한다. 실제로 45세 미만 영국 남성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은 자살이다. 절망사에 관한 연구를 보아도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의 70% 가까이가 남성이다.
저자는 남성 문제를 접근하는 좌파와 우파의 방식을 모두 비판한다. 진보주의자들은 성평등 문제를 제로섬 사고로 인식한다. 남성이 겪는 어려움을 인정하면 소녀와 여자들을 위한 노력이 약해질까 봐 두려워한다. 성 불평등이 양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파는 겉으로는 남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은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과거로 돌아가려고만 한다. 가부장적인 책임만을 남성에게 강요한다.
책은 진영을 떠나 남성 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통적 남성성이 부여해주던 동기를 잃은 소년과 남자들은 존재론적 안정감을 잃고 무기력해졌다. 기회가 있어도 잡지 않는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남성을 개조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저자는 말미에 남성들의 변화도 촉구한다. 구조나 사회를 탓하기 전에 스스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남성들 역시 새로운 정체성을 찾기 위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남성의 역할은 무엇이고, 이상적 남성상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1호 (2025.10.22~10.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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