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만 보면 ‘형보다 나은 아우’ [슈퍼사이클 올라탄 ‘소부장’]

조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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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공급망 수혜 기대 ‘쑥’


인공지능(AI) 산업 발달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끌어올리며 7년 만의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도 연일 오름세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더 높은 관심을 받는 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다. 9월 한 달간 주요 소부장 업체 주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상승률을 훌쩍 넘었다. 국내 연기금도 본격 가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의 코스닥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거래액 기준) 7개가 반도체 소부장이다. 슈퍼사이클의 실질적 수혜가 소부장에 쏠린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삼성 밸류체인’ 주목할 때

와이씨·엑시콘·이엔에프테크

소부장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HBM 테스트 장비 부문이다. 테스트 장비는 양산품 중 불량을 걷어내는 게 주된 역할이다. HBM 등장과 함께 테스트 장비의 중요성도 커졌다. 범용 D램과 비교해 수율(양품 비율)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테스트 장비가 수율 향상에 필수적인 장비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송혜수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중 하나라도 불량이 발견되면 고객사는 AI 가속기를 버려야 한다. 이 경우 1억원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책임은 HBM 생산 업체에 있다”고 설명했다. 불량을 잡아내는 게 실적과 직결된다는 의미다.

신한투자증권은 HBM 테스트 장비 시장이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할 것으로 봤다. 컴퓨터그래픽장치(GPU) 등 AI 가속기 내 HBM 탑재량 증가로 요구 장비 대수가 2배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더군다나 HBM 고도화 과정에서 발열 관리 중요성이 커진 만큼 테스트 장비 단가 상승도 기대해볼 만하다. 물량(Q)과 가격(P)이 함께 상승하는 구조다. 시장을 과점 중인 일본 경쟁사의 HBM 생산능력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 국내 테스트 장비 업체가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송혜수 애널리스트는 “일본 경쟁사의 HBM 생산능력 부족이 HBM 장비 부문 국산화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테스트 장비 업체는 구조적 성장 구간의 초입”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업체 중에선 삼성전자 공급망(와이씨·엑시콘)에 시선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이 가시화된 상태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2026년 삼성전자의 HBM 공급 물량(용량 기준)이 2025년 대비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와이씨는 삼성전자와 사실상 ‘혈맹’ 관계로 불린다. 삼성전자가 주요 주주여서다.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는 와이씨 지분 11.7%를 들고 있다. 와이씨 매출 대부분도 삼성전자향 납품으로 발생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총 3차례 테스트 장비 공급 계약 공시를 발표했다. 모두 삼성전자향이다. 2025년 3월(511억원 계약), 2025년 5월(200억원), 2025년 6월(294억원) 등이다. 와이씨 계열사 엑시콘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엑시콘은 삼성전자가 공들이는 차세대 메모리 CXL(Compute Express Link) 부문의 테스트 장비(PCIe Gen6 테스터, CXL 3.1 테스터)를 개발 중이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메모리·GPU 등이 효율적으로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게 돕는 차세대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소재 부문에선 이엔에프테크놀로지가 눈길을 끈다. HBM 식각(웨이퍼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과정)·세정(오염물을 제거하는 과정) 공정용 습식 케미칼(Wet Chemical) 소재를 제공 중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D램 메모리와 파운드리 소재 밸류체인을 가장 선호한다”며 “이엔에프테크놀로지는 귀한 분들께 추석 선물로 드리고픈 종목”이라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HBM4로 인해 추가적인 케미컬 소재 공급이 기대된다”며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930억원으로 지난해(590억원)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퍼을’ 한미반도체도 好好

HBM 성장 수혜 한 몸에

반도체 공정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뉜다. 전공정은 웨이퍼를 완성하는 과정이다. 후공정은 완성된 웨이퍼를 패키징(가공)해 반도체 완성품을 만드는 과정이다. 전공정에서 반도체 미세화 공정이 기술적 한계에 다다르면서 후공정 패키징 역할이 커지는 추세다. 기술 난도가 높은 HBM 역시 후공정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형태다. 기존 GPU 연산용 메모리(GDDR) 대비 더 많은 용량과 높은 대역폭을 구현하기 위함이다. 잘 쌓는 게 HBM의 핵심 포인트다. HBM은 적층 과정에서 D램을 열로 압착하는 ‘TC(Thermo-Compression) 본딩’ 과정을 거친다. 이때 활용되는 대표적인 장비가 TC본더(열 압착 본딩 장비)다.

TC본더 부문 국내 선두 업체는 한미반도체다. 한미반도체는 올해 상반기 매출 3274억원, 영업이익 155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3%, 85% 증가했다. 폭증한 수익성보다 주목받은 건 해외 매출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 중 41%에 그쳤던 해외 매출 비중은 상반기 82%로 나타났다. 미국 마이크론까지 고객사로 확보한 효과다. 마이크론은 그간 일본 신카와의 TC본더를 썼지만 지난해부터 한미반도체 장비 발주를 시작했다. 관련 업계는 올해 마이크론향 TC본더 판매가 3~4배 늘어날 것으로 본다. 김정영 한미반도체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올 하반기부터 해외 고객사에서 대규모 주문이 들어올 것”이라며 “앞으로 3~4년 동안 해외 매출이 국내보다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브리드 본더 팩토리 조감도. (한미반도체 제공)
잘나가는 소부장, 리스크는

대외 변수는 여전히 고민거리

반도체 소부장에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지만 변수도 적지 않다. 먼저 중국 소부장의 가격 압박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소부장 수입 의존도는 2012년 23%에서 지난해 29.5%로 증가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이 워낙 뛰어난 편”이라며 “비중은 계속해서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내부 리스크도 만만찮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규모 장비 개발, 시험 제작, 인증, 양산까지 가는 과정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중소·중견기업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인재 유출과 고급 기술 인력 확보 경쟁도 큰 위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해법으로 ‘생태계 중심 산업 정책’을 꼽는다. 이병훈 포항공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개별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수준을 넘어서 산업 전체 생태계 조정자로 나서야 한다”며 “최근 미국의 불합리한 시장 개입으로 개별 기업의 노력과 상관없이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국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0호 (2025.10.15~10.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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