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기준 우리나라에 신고된 이륜차(바이크) 신고 대수다. 2013년 209만7000여대였던 이륜차 신고 건수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배달 수요 증가로 2021년 231만9000여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잠시 감소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회복하며 225만대를 넘어섰다. 비록 자동차 시장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배달·레저·통근 등 다변화된 수요가 늘며 ‘두 바퀴 시장’에 관한 주목도는 점점 높아졌다.
하지만 이륜차 시장 구조는 여전히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처음 이륜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막막한 상황이 반복된다. 어떤 모델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떻게 구입하고 유지해야 하는지, 보험은 어떻게 가입하고 중고는 어디서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낮아서다. 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디지털화·플랫폼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륜차 시장은 여전히 20년 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런 낙후된 시장 구조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바이크 구독·금융 플랫폼 ‘라이트바겐(Reitwagen)’을 운영하는 바리코퍼레이션이다.
MAU 35만 넘은 라이트바겐 출시
바리코퍼레이션은 2020년 염승우 대표가 창업한 이륜차 종합 서비스 플랫폼 운영 기업이다. 그는 누구나 쉽게 바이크 구매부터 관리, 정비, 보험 가입, 중고 판매까지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라이트바겐’을 출시했다. 이 이름은 1885년 고틀리프 다임러(Gottlieb Daimler)가 1885년에 세계 최초로 내연기관 이륜차를 만들었을 당시 사용된 독일어 ‘Reitwagen’에서 따왔다. 다임러가 첫 이륜차를 만든 것처럼, 한국 최초의 바이크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라이트바겐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35만명을 넘어서며 지난해 대비 600% 증가하는 성장세를 보인다.
라이트바겐을 내놓기까지 시련이 없진 않았다. 창업 초기 바리코퍼레이션은 이륜차 정비소 견적 비교와 정비 예약을 제공하는 ‘바리’ 앱을 선보였다. 정비에 불만이 많았던 업계와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지만,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확보하지 못해 서비스를 종료했다.
염 대표는 ‘바리’의 실패 대신 이륜차 시장의 본질적인 문제에 주목했다. 바로 ‘정보 비대칭’과 ‘신뢰 부족’이다. 염 대표는 “이륜차는 개인 간 거래가 많지만, 사고 이력 은폐, 주행 거리 조작, 허위 매물 등으로 인한 신뢰 문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 ‘인증 중고 바이크’ 서비스다. 전문가 정비와 점검을 통해 차량 상태를 인증하고, 투명한 정보와 보증을 제공해 소비자 불신을 해소했다. 이 서비스는 빠르게 시장에서 반응을 얻었고, 이후 자연스럽게 신차 유통과 구독 서비스 확대로 이어졌다. 여기에 개인 간 이륜차 중고 거래에서 사기가 빈번히 발생하는 탁송 거래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라바안심거래’ 서비스도 도입했다.
안정적 대손율로 성장 가능성 입증
이후 라이트바겐은 중고 거래를 넘어 금융 서비스로 확장했다. 대표적인 것이 ‘라바페이’와 ‘라바구독’이다. 라바페이는 라이트바겐에 등록된 중고 이륜차 구매 시 최대 22개월까지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는 금융 상품으로, 개인 간 거래에도 적용된다. 출시 후 누적 거래액은 200억원을 넘어섰다. 라바구독은 초기 비용 없이 월 납부만으로 이륜차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대출이나 카드 할부와 달리 신용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아 사회초년생이나 중신용자도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정기 점검과 보험 안내까지 포함돼 사실상 ‘올인원’ 패키지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 구독 서비스는 안정성과 확장성을 입증했다. 2023년 9월부터 1년간 구독 상품을 운영한 결과, 여신에서 대손충당금(미래의 손실을 미리 적립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인 대손율이 우려했던 것보다 낮음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바리코퍼레이션은 금융·캐피털사와 제휴를 끌어냈다.
특히 네이버 쇼핑과 네이버 페이 입점은 의미가 크다. 네이버는 그동안 이륜차 판매를 금지했지만, 바리코퍼레이션이 사고율과 연체율 데이터를 근거로 설득해 최초로 문을 열었다. 사업 확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이륜차 구매 후 보험 가입까지 지원하기 위해 법인보험대리점(GA) 자격도 취득했다. 현재는 고신용자 대상 프리미엄 바이크 구독 서비스 확장을 준비 중이다.
누적 투자액 143억원, 흑자전환
동남아 진출·이륜차 슈퍼앱 목표
이 같은 성과는 투자 업계에서도 주목받았다. 바리코퍼레이션은 지난 5월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총 103억원을 유치하며 누적 투자액 143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에는 SV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현대기술투자 등이 참여했고, 기존 시리즈A 투자사인 스트롱벤처스도 대열에 합류했다.
염 대표는 “이번 투자로 이륜차 시장의 금융 서비스를 더욱 고도화하고, 고객들에게 다양한 구매 옵션과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조달된 자금을 공급망 강화와 브랜드 파트너십 확대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륜차 구입·금융·정비·보험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했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둘째, 수익성과 구독 서비스 확장성이다. 바리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162억원, 영업이익 7000만원을 기록하며 창사 후 첫 흑자를 달성했다. 불과 2년 전인 2022년 매출 20억원, 영업손실 9억원과 비교하면 급격한 성장세다. 인증 중고 거래 건수도 분기마다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특히 구독 서비스는 지난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글로벌 확장도 예고돼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을 차기 무대로 보고 있다. 이들 국가는 차량 보급률이 낮고, 대체 교통수단으로 이륜차 의존도가 높아 플랫폼 수요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IPO(기업공개)도 중장기 계획 중 하나다. 상장 시점은 구체화하지 않았지만, 2028년까지 국내 이륜차 시장점유율 30%를 확보하며 기업가치를 높여 나가겠단 계획이다.
바리코퍼레이션의 최종 목표는 이륜차 시장의 ‘토스’가 되는 것. 국내 핀테크 기업 토스가 금융 시장의 불편을 디지털로 해결했듯, 이륜차 시장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두 해결하는 ‘이륜차 금융·라이프케어 슈퍼앱’으로 거듭나겠단 포부다. 염 대표는 “바리코퍼레이션은 이륜차 시장의 토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며 “소비자가 라이트바겐 하나로 모든 과정을 해결할 수 있도록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0호 (2025.10.15~10.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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