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이번엔 ‘에비타(EBITDA, 잠깐용어 참조) 3조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 회장은 최근 미국 현지 일라이릴리 생산공장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 에비타는 3조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에비타는 이자와 세금, 감가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전 이익을 나타낸 숫자다.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실질적 현금 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못 믿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서 회장이 밝힌 가이던스가 대체로 공언(空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특히 ① 핵심 매출원으로 기대된 짐펜트라(램시마SC 미국 판매 제품명) 실적 부진 ② 당초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원가율 개선 정도를 고려하면 2026년 에비타 3조원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일부 증권사 분석이다. 셀트리온 역시 간담회 이후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는 서 회장의 에비타 목표치 발언 부분을 잘라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유튜브를 올리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편집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추정치는 2조 안팎
서 회장이 2026년 에비타 3조원을 자신하는 근거는 ‘원가율 개선’과 ‘짐펜트라 매출 본격화’ 등에 대한 기대감이다.
원가율 개선은 지난해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과 관련 있다. 합병 이후 셀트리온은 상각 등에 따라 일시적 수익성 부진을 겪어왔다. 서 회장은 “합병으로 상각해야 할 것이 9월 말을 기점으로 종료된다”며 “10월부터 셀트리온은 정상 영업 조건으로 돌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원가율은 올해 4분기 30% 초반대까지 떨어져 영업이익률은 40% 중반대로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가율은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을 의미한다. 원가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개선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못 믿겠다는 분위기다. 매 분기 원가율 가이던스가 ‘후퇴 수정’되고 있어서다. 원가율 가이던스는 당초 목표치와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상태다. 지난해 1분기 IR 자료에서 셀트리온은 2025년 4분기 20%대 중반 원가율을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IR 자료에서 2025년 4분기 원가율 목표치를 20%대로 바꿨다. 올해 1분기에는 이를 ‘20% 후반에서 30% 초반’으로 변경하더니 2분기에 30% 초반으로 또 한 번 조정했다. 원가율 목표치를 올리면서 원가율을 낮추겠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근거인 짐펜트라 역시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 짐펜트라는 자가면역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피하주사(SC) 제형이다.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짐펜트라 판매를 승인했고, 2024년 3월부터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서 회장은 “(현지 생산이 가능해진 만큼) 관세 리스크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미국 대형 약국체인도 좋아하더라”고 말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한 의구심이 나온다. 관세 리스크 탈피와 별개로 실적 자체가 과도하게 부진한 탓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3월 올해 짐펜트라 매출 가이던스를 1조원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적에 지난 5월 3500억원으로 가이던스를 대폭 조정했다. 당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부진한 짐펜트라 실적을 두고 “미국 유통 구조를 간과한 경영 판단 착오”였다고 밝혔다. 현재 실적만 놓고 보면 조정된 가이던스도 달성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평가다. 올해 2분기 짐펜트라 매출은 230억원으로 상반기 누적 매출은 360억원에 그쳤다. 아무리 좋게 봐도 올해 2000억원대 매출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다수다. 키움증권은 간담회 이후 발표한 리포트에서 짐펜트라의 올해 연간 매출 추정치를 1571억원으로 제시했다. 서 회장은 “(짐펜트라 실적 부진 배경은)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중 한 곳이 우리 제품을 등재하지 않고 리베이트 확대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며 “다행히 의사들의 수요가 높아지는 등 시장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서 회장의 에비타 목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증권가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바이오섹터 애널리스트는 “3조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 베팅해야 한다면 ‘절대 어렵다’고 베팅하겠다”며 “당초 셀트리온이 합병 과정에서 언급한 2025~2026년 30% 에비타 개선이 현실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 내다본 올해 에비타 추정치는 1조5000억원 안팎이다. 이에 30% 증가를 적용하면 약 2조원의 에비타가 나온다. 실제 증권가 추정치도 2조원 안팎이다. 셀트리온 간담회는 9월 23일 진행됐다. 이후 발표된 증권사 리포트는 9월 30일 기준 4곳 정도다. 이 중 2026년 에비타 추정치를 제시한 건 흥국증권·DB증권·대신증권이다. 이들은 2026년 셀트리온 에비타 추정치를 각각 2조470억원·2조870억원·2조50억원으로 제시했다. 3곳 평균은 2조460억원이다.
“신뢰 회복 우선시돼야”
투자자 불만도 높다. 과언과 가이던스 수정·변명이 반복되는 사이 부진한 주가 흐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서 회장은 이를 공매도(空賣渡)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9월 23일 진행한 ‘기습 간담회’도 공매도 회피 전략이었다. 서 회장은 “좋은 소식을 발표할 때마다 공매도 세력이 선제적으로 공격해왔다. 오늘(9월 23일)은 이를 피하기 위해 아침 일찍 간담회 공지를 냈다”고 밝혔다. 이날 셀트리온은 오전 10시 간담회 일정을 아침 7시에 공지했다. 간담회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서 회장은 담당 임원에게 “오늘은 (주가 등 지표가) 괜찮냐”고 물었다. “괜찮다”는 답변을 받자 “오늘은 (공매도 세력이) 준비가 안 돼 있을 테니까”라며 웃었다.
실제 셀트리온과 공매도 악연은 10년 넘게 이어진다. 주가가 급등할 때마다 외국계 헤지펀드가 숏포지션을 늘렸다. 2013년 4월 서 회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년간 432거래일 중 412일간 공매도가 발생했다”며 “공매도에 질렸다. 주식 다 팔겠다. 절대 번복하지 않겠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와 비교하면 셀트리온은 여러 면에서 체질 개선했다. 일단 회계 투명성을 강조하며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또 주주들의 염원이던 ‘통합 법인’을 출범했고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럼에도 셀트리온은 여전히 공매도 세력의 제1순위 타깃이다. 9월 29일 기준 셀트리온 공매도 순보유잔고는 7593억원이다. 코스피 종목 중 가장 큰 규모다. 카카오페이(4958억원), 한미반도체(4875억원) 등 2~3위와 비교해도 2000억원 이상 많다.
일각에선 셀트리온과 서 회장이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될 환경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서 회장의 공격적인 목표가 현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너무 적다”며 “신뢰가 부족한 종목 특성상 작은 악재도 크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 공매도 투자자에게는 좋은 타깃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주식 매매로 수익을 내기보다 공매도로 돈을 버는 게 훨씬 힘들다”며 “그럼에도 공매도 물량과 대차잔고가 계속 쌓인다는 건 확실한 주가 하락 가능성을 봤다는 의미다. 셀트리온과 경영진을 향한 시장 판단이 고스란히 잔고로 반영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잠깐용어 *에비타(EBITDA) 에비타는 ‘이자, 법인세, 감가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다. 통상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로 불린다.
각 사 정책에 따라 조정 에비타를 쓰기도 한다. 조정 에비타는 회사 측이 판단한 일회성 비용을 추가로 차감한 수치다. 이 때문에 에비타와 조정 에비타는 늘 논란의 대상이다. 실제 현금 창출력과 무관한 가상의 지표라는 꼬리표가 달라붙는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0호 (2025.10.15~10.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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