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강남·동작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 중심
1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에서 부동산 증여에 따른 소유권 이전등기를 신청한 내국인 수증인은 2107명으로 집계됐다. 전월(1462명) 대비 44.1% 늘었으며, 올해 1~8월 월평균(1514명)보다 39.2%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달(966명)과 비교하면 118% 이상 급증했다.
서울에서 월간 증여 건수가 2000명을 넘어선 것은 2022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통상 부동산 증여는 가격 상승기와 맞물려 활발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5.53%로, 지난해 같은 기간(3.69%)보다 2%포인트 높다. 서울 집값은 다시 오른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지난달 증여에 따른 등기 신청자는 서초(232명), 강남(205명), 동작(126명), 강동(113명), 양천(112명), 마포(106명) 순으로 많았다.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증여가 특히 활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증가세의 배경에 ‘부담부증여’ 확산이 있다고 분석한다. 부담부증여는 부동산을 자녀에게 넘기면서 전세보증금이나 대출 등 채무를 함께 이전하는 방식이다. 이전된 채무는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세금 절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절세 수단이 편법으로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증여한 뒤, 실제로는 부모가 원리금을 대신 상환하는 이른바 ‘꼼수 증여’가 대표적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부채 사후관리 점검 결과 편법 증여로 추징된 세금만 823억원에 달한다. 다만 적발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선 정부의 세제 강화 전망도 증여 열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는다. 정부는 6·27 대출 규제와 9·7 수도권 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자 추가 대책을 검토 중이다. 상속세 완화 기대감이 꺾인 상황에서 ‘증여 과정 정밀 점검’을 예고한 만큼, 상속 대신 조기 증여를 택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편법 증여·탈세를 감시할 전담기구인 ‘부동산감독원(가칭)’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국세청도 편법 증여 의심자 104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