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력 30년 골퍼의 긴 한숨 [정현권의 감성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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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3. 오후 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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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좀 달라진 것 같아. 구질도 일관성 있고 훨씬 견고해진 느낌인데.”

동반자가 식사 도중 그날 라운드를 되새기며 필자에게 말을 건넸다. 스코어를 떠나 골프가 훨씬 심플하고 안정됐다는 멘트까지 달았다.

필자 구력은 23년이다. 스코어가 예년보다 유의미하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지만 지금의 골프에 어느 때보다 만족한다.

동반자 말처럼 코스 난이도나 컨디션에 따라 들쑥날쑥하는 폭이 확연히 줄었다. 무엇보다 드라이버샷 구질이 예전과는 몰라보게 달리 일관됐다. 2년 가까이 이 상태가 지속된다.

비거리도 10m 정도 늘어나 동반자들 평균보다 약간 우위를 점하는 편이다. 장타자로 평가받기에는 무리이지만 화이트 티를 사용하면 레귤러 온에 큰 어려움을 못 느낀다.

티 샷을 날리고 두 번째 샷을 위해 8번이나 더 짧은 아이언을 잡는 경우가 흔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7번보다 긴 아이언과 3번 우드를 백에서 뺐다. 백이 가볍다며 캐디에게 칭찬도 받는다.

견조한 80대 중반 스코어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물론 엄격한 룰을 적용하면 이런 스코어를 장담 못한다.

비결이 무엇이냐는 동반자 물음이 자연스레 이어졌다. 나도 잘 모르겠다는 답변에도 재차 파고드는 바람에 비결 아닌 비결을 밝혔다.

골프 입문 당시를 빼곤 교습가에게서 레슨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이리저리 하다 보니 그냥 내 방식으로 진화된 것 같다고 둘러댔다. 일단 어드레스 자세를 취할 때 상체를 타깃 반대 방향으로 비스듬히 의도적으로 기울인다.

예전보다 더욱 의식하면서 틸트(Tilt) 자세를 취한다. 동시에 그립을 공보다 더 타깃 방향으로 가져가는 핸드 퍼스트(Hand First)로 하고 왼쪽 손목을 꺾어 코킹(Cocking)한다.

다시 말해 상체(머리 포함)를 중심축보다 오른쪽으로 기울여 핸드 퍼스트로 미리(얼리) 코킹한 상태에서 스윙(백-다운-팔로우)에 들어간다. 어느 날 동반자의 이런 자세를 유심히 살펴 따라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한 강한 임팩트가 비거리 증가와 구질 향상을 불러왔다. 작은 체구에 짧은 그립도 정타에 도움됐다.

드라이버샷을 하면서 헤드로 공을 확 패는 느낌이다. 아이언으론 로망이던 하향타격(다운블로∙Down blow)도 구사하게 됐다. 토핑(Topping)과 뒤땅(Fat shot)이 없어졌고 샷 후엔 디벗 자국이 생긴다.

“드라이버샷을 위해선 임팩트 자세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틸트의 중요성도 바로 이 때문이죠.” (박영민 한국체대 골프부 지도교수)

박 교수는 임팩트 자세를 알고 스윙해야 더 정확하게 가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드라이버샷은 지면이 아닌 티(Tee) 위에 놓인 공을 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 위치가 7번 아이언 기준으로 두 발 중앙이라면 드라이버샷 때에는 왼발 엄지발가락 쪽에 놓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오른쪽 어깨가 조금 아래로 기울어진 자세로 어드레스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조언한다.

공보다 머리와 몸을 오른쪽에 두고 임팩트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몸 중앙보다 왼쪽 티 위에 놓인 공을 치는 만큼 어퍼블로(Upper blow) 궤도에서 맞아야 멀리 똑바로 칠 수 있다.

이런 자세에서 클럽을 후방으로 끌고 가는 드라이버샷과는 달리 뒤로 바로 들어올리는 아이언샷을 하면 하향타격도 가능하다. 코킹으로 내려찍는 샷을 구사한다.

아마 필자 특유의 틸트-핸드 퍼스트-코킹 밸런스가 필드 경험과 연습을 통해 형성된 모양이다. 일정 효과를 볼지 몰라도 내가 봐도 미관상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들다.

이런 독특한 진화는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필드 경험 대신 나름 꾸준히 연습한 결과인 듯하다. 필자는 아침 6시 30분이면 눈을 뜬다.

거의 빠지지 않고 아파트 단지를 15분 정도 산책하고 단지 내 실내연습장으로 향하는 루틴을 몇 년째 지속한다. 반드시 스트레칭하고 드라이버와 아이언으로 빈 스윙을 한다.

공을 치더라도 몇 개에 그치고 대부분 거울 보고 빈 스윙을 한다. 실제 공으로는 웨지(Wedge)샷 같은 숏트 게임 연습에 많이 할애한다. 퍼트 연습도 빠뜨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줄곧 공을 맞히는 연습에만 몰두했는데 요즘은 빈 스윙으로 돌아섰다. 이런 아침 일정을 웬만해선 그르지 않는다.

건강과 골프 연습을 함께 챙긴다. 골프 칼럼을 쓴다는 사람의 실력이 엉망이라는 시선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80대 타수로는 고수나 하수 누구와도 어울릴 수 있다. 연습 없이 이를 유지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30년 동안 골프를 했는데 늘 이 모양이니 클럽을 놓아야 할까 봐요. 즐거워야 할 골프가 이 나이에도 스트레스로 작용하니 어쩌면 좋아요.”

동반자가 숫자 100을 넘긴 스코어를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푸념했다. 따로 연습은 아예 없고 오직 실전만 있을 뿐이라며 길게 탄식했다. 즐기려면 투자가 필요하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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