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 뒷배…K헤어 전 세계로 [CEO라운지]

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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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8000억 미용실 키운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


국내 미용실 프랜차이즈 준오헤어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블랙스톤 품에 안겼다. 블랙스톤은 준오헤어에 대규모 투자와 상호 파트너십을 맺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지난 9월 2일 발표했다. 양측 모두 구체적인 계약 규모와 구조는 밝히지 않았다. IB 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이 강 대표가 보유한 지분 약 70%를 사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분 100%로 환산한 기업가치는 8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PEF 운용사가 국내 미용실 프랜차이즈에 투자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투자은행(IB)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창업자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65)는 회사에 남아 경영을 이어간다. 강 대표는 이번 M&A를 통해 거머쥔 대규모 자금을 활용해 준오헤어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강윤선 준오헤어 대표 1960년생/ 1979년 무궁화기술고 졸업/ 1982년 준오미용실 성신여대점 개점/ 1998년 한양대학원 경영컨설턴트 과정 수료/ 2000년 준오헤어 대표(현) [일러스트 : 정윤정]
전국 180여개 지점 운영 중

독특한 반직영점 구조 ‘눈길’

준오헤어는 1982년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 4평짜리 ‘준오미용실’로 출발했다. 당시 강 대표의 나이는 22세였다. 어린 나이에 무일푼으로 시작한 탓에 빚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지만, 높은 이자는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점점 사업을 확장하며 성장하던 1993년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맞는다. 강 대표는 직원 19명과 함께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이때 유학이 지금의 준오헤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유학을 통해 강 대표는 학습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준오아카데미를 차렸다. 현재 준오아카데미는 수준급 헤어디자이너를 육성하고, 준오헤어의 높은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영국 유학 후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현재는 전국에 180개 이상 지점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미용실 프랜차이즈 업체로 거듭났다. 직원 규모는 3500여명에 이른다. 프랜차이즈 매장 외 신부 화장·헤어로 유명한 서울 청담동 플래그십 매장 ‘애브뉴준오’, 헤어용품 브랜드 ‘트리아 밀리아’ 등을 운영 중이다. 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준오를 필두로 본업인 미용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준오뷰티, 미용사 교육 회사 준오아카데미, 미용상품을 유통하는 준오디포, 부동산 개발 업체 준오센트로드 등을 관계사로 둔다. 성장을 거듭하며 실적도 훌쩍 뛰었다. 지난해 준오헤어 관계사 합산 매출은 3000억원 규모로 전해진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약 370억원이다.

이익이 적지 않지만 이번 M&A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 8000억원은 시장 예상을 웃돈다는 평가다. 준오헤어 EBITDA를 고려하면,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이 20배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EV/EBITDA는 현금 창출력 대비 기업가치가 얼마나 높게 형성됐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M&A 계약에서 주로 쓰인다. 예를 들어 EV/EBITDA가 20배라면, 기업이 1년 동안 실제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력의 20년치 금액으로 기업가치를 평가했다는 뜻이다. 주식 시장에서 주가수익비율(PER)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감가상각비를 반영하려면 EV/EBITDA를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다만 이번 준오헤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데 있어, 단순히 EV/EBITDA 20배를 적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준오헤어의 경우 현금 창출력만을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는 것이 IB 업계 시각이다. 준오헤어가 청담·성수 등 서울 핵심 입지에 보유한 부동산 자산 장부가액만 해도 2000억원에 달한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에서 기업가치 약 8000억원을 모두 EV/EBITDA로 평가한 건 아니다”라며 “각 지점마다 본사와 원장이 공동 투자해 지분을 나눠 갖는 구조라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복잡한 측면이 많다”고 귀띔했다.

특히 지점을 낼 때 본사와 원장이 공동 투자하는 독특한 ‘반직영’ 구조는 준오헤어 몸값을 띄운 배경으로 꼽힌다. 준오헤어는 10년 이상 근무하며 실력을 검증받은 헤어 디자이너에게 매장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디자이너는 본사와 지분을 나눠 갖고 원장으로서 지점을 운영한다. 이는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줘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를 낸다. 매출이 오르면 원장 이익도 커진다는 점에서 높은 서비스 품질을 유지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 다른 직원에게는 ‘노력해서 지점을 열어 원장이 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실력 있는 준오헤어 디자이너가 회사를 떠나지 않고 장기근속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평가받는다.

이 역시 강 대표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체계적인 교육 기관 준오아카데미를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반직영 시스템을 통해 동기를 부여하며, 고객에게 높은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품질 일관성 유지가 어렵고 유행을 많이 타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PEF가 많다”며 “만에 하나 불매운동이라도 일어날 경우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준오헤어는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에 디자이너가 즉각 대응 가능하다”며 “이미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데다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강한 편이라 불매운동에 대한 우려도 없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Copy·Paste’ 전략으로 해외 공략

동남아 검증 마치고 해외 확장 속도

블랙스톤이 파트너로 낙점된 데는 통 큰 베팅이 있었지만, 글로벌 진출을 꾀하던 강 대표의 니즈와 글로벌 PEF 운용사가 가진 네트워크 역량이 맞아떨어진 영향이 크다. 준오헤어는 K뷰티 인기와 맞물려 글로벌 진출을 지속적으로 모색했다. 지난해 필리핀에 첫 해외 직영점을 낸 뒤 방콕과 싱가포르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거점을 확대했다. 일본과 베트남 진출도 준비 중이다.

다만 글로벌 진출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투자금과 현지 네트워크가 절실했다. 이때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블랙스톤이 거액에 손을 내밀며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는 후문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강 대표가 준오헤어 글로벌 확장에 한계를 느끼던 중 블랙스톤이라는 파트너를 만나 협력을 하게 됐다”며 “블랙스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준오헤어를 더 키우고 싶다는 목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블랙스톤이 주목한 부분도 해외 확장성이다. K뷰티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준오헤어의 해외 성장 여력 또한 높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지영 블랙스톤 PE 부문 상무는 “한국형 뷰티 서비스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최고 수준의 자원과 전문성을 통해 준오헤어가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성장하고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외에서도 작동 가능한 복사·붙여넣기(Copy&Paste) 사업 모델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매장 인테리어를 복제하는 수준을 넘어 운영 방식과 서비스 품질을 해외에서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블랙스톤의 과감한 투자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이 성공 방식을 이미 필리핀과 태국, 싱가포르 등에서 입증한 준오헤어다.

무엇보다 강 대표가 준오헤어 최고경영자(CEO)로 남아 회사를 이끈다는 점이 기대를 키운다. 지분 매각 자금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블랙스톤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강 대표는 “블랙스톤은 글로벌 플랫폼과 독보적인 규모를 통해 준오헤어의 확장을 가속할 뿐 아니라 K뷰티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9호·추석합본호 (2025.10.01~10.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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