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속 자영업자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업종변경’이 주목받는다. 기존 시설을 활용해 초기 비용을 줄이고 시장 변화에 맞춘 사업 전환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다고는 하지만 업종변경 역시 새 사업의 출발이다. 한 번 실패 후 재기 시도인 경우가 많은 만큼 더 꼼꼼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업종전환을 준비할 때 특히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소진공·서울시 자금 지원 많아
업종전환 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도움이 생각보다 많다. 자영업자 재기를 지원하는 여러 제도를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폐업 이후 재기를 중심으로 한 지원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폐업 이전 단계에서 업종변경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이 늘어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재단이 운영하는 ‘희망리턴패키지’가 대표적이다. 폐업 예정 소상공인이나 업종전환 희망자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가 컨설팅과 교육, 점포 철거비와 재기 사업화 지원을 묶어 제공한다. 특히 올해는 그동안 금융 거래 제한 등으로 재기 사업화에 참여가 어려웠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새출발기금 연계 지원도 시작한다. 총 100개 사업체에 경영 진단과 상담 기회, 사업화 자금 최대 1000만원을 제공한다.
지자체 차원 맞춤형 지원도 눈에 띈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다시 서기 프로젝트’는 자영업 실패 경험이 있으나 재도전 의지가 강한 소상공인이 지원 대상이다. 전문가 일대일 경영 컨설팅, 최대 200만원 자금 지원, 저금리 대출 보증, 보증료(최대 40만원)까지 재기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업종변경 과정 전반을 분석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 지원 체계로 평가된다.
물론 업종변경을 지원하는 정부·지자체 정책이 여전히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 창업’과 ‘폐업’으로 요약되는 기존 이분법적인 현행 지원 체계에서 벗어난 통합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윤황 장안대 유통경영과 교수는 “신규 창업과 폐업을 구분할 것이 아니라 업종변경·재창업·폐업 등 전 과정을 연계한 ‘자영업 통합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종전환이 폐업 대비 사회적 비용 면에서 더 나은 만큼, 업종전환 희망자일수록 보다 많은 금융·보증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리모델링과 설비 재활용 비중이 높을수록 세제 혜택이나 저리 자금 한도를 확대해 점주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며 “업종전환 시 걸림돌이 될 만한 임대차 계약이나 권리금 제도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무인·저가형·건강식에 기회
매장과 점주마다 다르지만, 업종변경에 보다 유리한 유망 업종도 분명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불황에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을 줄이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업종을 꼽는다.
먼저 무인 매장이다. 인건비 부담을 크게 낮추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매출 극대화가 가능하다. 키오스크 등 장비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만큼 매장 조건을 많이 타지도 않는다. 인테리어나 주방 시스템, 기존 집기·설비 등과 무관하게 공간만 있으면 업종변경이 수월하다. 최근 업종변경 문의가 가장 많은 분야가 ‘무인창업’이라는 데 업계 관계자 이견이 없다. 다만 쉽게만 생각해 무턱대고 창업하는 건 곤란하다. 진입장벽이 워낙 낮아 경쟁이 치열하고 매출 크기도 유인매장 대비 확연히 적다. 기존에 운영하던 부진점과 비교해도 매출이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건비 절감과 운영 수월성 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평이다.
불황인 만큼 ‘가성비’ 아이템으로 전환이 적합하다는 조언도 새겨들을 만하다. 국밥·순댓국·찌개류 같은 서민형 한 끼 업종이 대표적이다. 기본 주방 시설과 설비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운영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부담이 적다. 강병오 대표는 “든든하고 저렴한 식사를 원하는 불황기 소비 심리에 잘 맞는 업종인 만큼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직장인 점심 수요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라이스볼·샌드·샐러드 등 이른바 퀵서비스 레스토랑과 일본 가정식도 유망 업종이다. 표준화된 조리와 빠른 회전율로 운영 효율성이 높고, 최근 늘고 있는 1인 외식 수요와도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상권마다 적합 업종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야식 수요가 높은 상권에는 커피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함께 배달하는 복합형 업종이 유리하다. 반대로 주거 상권에서는 가족 단위가 선호하는 든든한 한 끼 업종이 더 알맞다. 무작정 업종변경보다는 상권에 따라 지혜로운 아이템 선정이 더 중요하다.
최근 소비 트렌드를 맞춰가는 업종과 브랜드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주점이나 디저트 업종은 주기적인 브랜드 교체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노승욱 창톡 대표는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일수록 쇠퇴한 브랜드를 요즘 핫한 브랜드로 갈아 끼우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새 브랜드로 바꿔가는 과정을 기존 점주가 포기하지 않고 반복·수행한다면, 폐업하지 않고 브랜드만 갈아타는 또 다른 의미의 ‘장수가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판만 바꿔선 안 된다…유의점은?
수익성·폐업률·경업 조항 꼼꼼히
간판만 바꾼다고 모든 게 달라지지 않는다. 최우선 과제는 업종변경 전 ‘실패 원인’ 분석이다. 상권 분석·고정비 부담·메뉴 경쟁력·점주 운영 역량 등 실패 요인을 정확히 짚지 못하면, 어떤 업종으로 바꿔도 결국 같은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다. 주윤황 교수는 “경영과 마케팅 전략, 상권 분석 등을 종합해 사업계획서를 다시 작성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창업을 고려할 경우, 브랜드 선택은 더 신중해야 한다. 브랜드 선택 시 가맹점 만족도, 본사 지원 체계, 교육 시스템, 폐업률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초기 비용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무작정 받아들여도 곤란하다. 음식점이나 주점으로 업종전환 때, 많은 매장에서는 주류 업체가 제공하는 ‘주류 대출’로 자금을 충당한다. 일정 기간 자사 주류 제품을 공급받는 대가로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당장 업종변경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납품가에 이자 명목으로 추가 마진을 붙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맹점 수익성, 본사의 공정거래 준수 여부, 필수 품목 조건, 주류 대출 여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적 요건과 계약 조건도 반드시 확인할 것. 임대차 계약에서 업종변경이 가능한지, 프랜차이즈 계약상 경업 금지 조항이 있는지 등을 사전에 점검해야 불필요한 분쟁을 피할 수 있다. 업종변경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발생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주방 덕트나 가스·전력·소방 설비 등이 변경 후 업종과 적합한지 미리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지유진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7호 (2025.09.17~09.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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