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한 인건비와 구인난에 자영업자가 신음한다. 몇 년 새 ‘무인 창업’이 창업 시장 화두로 떠오른 이유다. 무인 카페, 무인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을 넘어 요즘엔 서비스업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무인 태닝숍’도 인기 창업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직원 없이 비교적 낮은 창업비용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최근 젊은 세대 취향에도 ‘맞춤’인 덕분이다. 요즘 같은 휴가철, 구릿빛 피부를 드러내길 원하는 이가 늘어난 데다 보디프로필 촬영 시 태닝이 필수 요소로 떠오르며 계절 무관 수요가 꾸준하다. 최근에는 피부결을 좋게 해주는 ‘화이트태닝’까지 인기를 끌면서 태닝이 점차 대중화되는 추세인 것도 매력 포인트다.
로션 바르고 기계 입장하면 끝
무인 태닝이 생소한 업태인 건 분명하다. 무인 태닝숍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무인 태닝숍에 방문해 체험해봤다.
지난 7월 30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한 상가 지하 1층에 있는 무인 태닝숍 ‘태닝나우 잠실점’을 찾았다. 가격은 1일 1회 기준 1개월 이용에 9만원. 애플리케이션 예약 시 회원권 구매 후 지문을 등록하는데, 매장 입구에 놓인 키오스크에 지문을 찍어 누르면 문이 열리며 바로 입장이 가능하다.
은은한 LED 조명이 비추는 복도 양옆에는 각각 브라운태닝 기계 1대, 화이트태닝 기계 1대가 설치된 방 두 개가 나온다.
‘화이트태닝’ 방을 선택했다. 화이트태닝은 자외선을 이용해 피부를 그을리는 브라운태닝과 달리, 적외선으로 피부 속 콜라겐 생성을 자극해 피부결을 정돈해준다는 설명을 미리 들었다.
방 안에서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다. 방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따라 속옷까지 모두 탈의한 뒤 화이트태닝 전용 크림을 전신에 바르기 시작했다. 크림을 짜 보니 하얀색 로션 형태다. 허벅지, 복부, 팔뚝은 손쉽게 바를 수 있었지만, 문제는 등과 어깨 넘어 닿지 않는 사각지대. 다행히 방에 ‘등바르개’가 비치돼 있다. 긴 막대기 끝에 스펀지가 달려 있는 형태다. 위생을 위해 비닐을 씌우고 고무줄로 단단히 고정한 후 그 위에 크림을 짜 등을 박박 문질렀다.
등바르개와 사투(?)를 마치고 태닝 기계 문을 열어젖혔다. 기계는 마치 SF 영화에 나오는 치료 장비처럼 생겼다. 메탈 소재로 된 원통형 기계 내부엔 기다란 조명이 세로로 빼곡히 들어서 있다. 눈부심을 막기 위한 눈가리개를 착용하고 시작 버튼을 눌러 태닝 기계를 작동시킨다. 붉은 조명이 순식간에 기계 안을 감싸고 동시에 따뜻한 열기가 피부에 닿기 시작한다.
태닝 시간은 15분. 꼼짝없이 15분을 멍하니 서 있어야 한다. 답답함은 없지만 지루함이 문제다. 다행히 방 안에는 블루투스 연결 안내판과 스피커가 있어 스마트폰을 연결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한 플레이리스트도 지루함을 완전히 덜어주지는 못했다. 가만히 서 있어도 온몸에 골고루 빛을 쪼일 수는 있지만 괜시리 양팔을 들었다 내리고 다리 방향을 바꿔보기도 했다. 15분이 지나자 기계가 자동으로 꺼졌고, 내부에 찬바람이 불어 열기를 식혀준다. 수건으로 땀을 닦고 옷을 입으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한 번의 시술로는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당일이 지나 다음 날이 돼도 특별히 피부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태닝나우 관계자는 “화이트태닝은 최소 10회를 지속해야 피부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무인 태닝숍을 찾는 이가 늘어나는 이유는 실감할 수 있었다. 낯선 직원과 마주칠 필요 없이 온전히 나만의 시간에 집중할 수 있었고 기계 조작도 매우 간단하다. 걱정했던 보안 문제도 안심할 수 있는 수준. 지문 인식으로만 출입이 가능하고 방 바깥은 실시간 모니터링도 진행된다. 기계 문도 안에서 살짝 밀면 열리는 구조라 불안하지 않다.
무인 태닝숍 창업하려면
10평 매장 기준, 창업 비용 1억원
무인 태닝은 프랜차이즈 창업으로 국내 매장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태닝나우’를 비롯해 ‘몰디브태닝’ ‘잇츠탠’ 같은 브랜드가 유명하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무인 태닝 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태닝나우’다. 2021년 12월, 잠실 1호점을 시작으로 2023년 11개점, 2025년 7월 기준 26개점까지 점포 수가 늘어났다. 유인 태닝숍으로 출발했던 다른 브랜드도 무인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예비 창업자 사이에서 무인 태닝숍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인건비 절감. 기계를 중심으로 완전 자동화 시스템인 덕분이다. 예약·출입·결제·이용까지 전 과정을 앱과 키오스크로 할 수 있다. 점주는 매장에 주 1~2회 방문해 간단한 청소만 하면 된다.
큰돈을 벌기는 어렵지만 투자 대비 수익률로 따지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창업비용은 10평 규모 매장 기준 1억원 수준. 기계 2대와 인테리어, 보증금 등을 모두 더한 금액이다. 매출도 괜찮다. 1년 이상 운영한 태닝나우 가맹점 월평균 매출은 약 470만원, 평균 순이익은 265만원이다.
저렴한 창업 비용 비결은 무인 태닝숍 특성상 입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하나 3층 이상 저렴한 상가가 오히려 창업에 적합하다. 유동 인구와 무관하게, 고객이 검색 후 찾아오는 목적형 소비기 때문이다.
수요층도 의외로 넓다. 육체미를 원하는 20~30대 남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화이트태닝 인기로 여성 고객 비중이 늘었고, 40대 이상 중장년 고객도 꾸준히 방문하는 분위기다. 태닝나우 관계자는 “매장마다 다르지만 직영으로 운영하는 잠실점의 경우 일평균 방문객이 30명 정도 된다. 2030뿐 아니라 의외로 40대 이상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고가 태닝 기기, 수리·정비 ‘리스크’
전망도 괜찮은 편이다. 인건비 절감이 가능한 ‘무인 시스템’, 그리고 스스로 외모를 꾸미는 ‘셀프 뷰티’라는 두 가지 메가 트렌드가 결합됐다는 점에서 전문가 평가가 좋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최근 몇 년간 무인화 트렌드와 셀프 뷰티 산업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무인 태닝숍 시장도 연평균 20% 이상 성장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셀프 뷰티 수요가 무인 태닝숍의 꾸준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자기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선호하면서도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중시하는 Z세대의 취향과 잘 맞는 아이템”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무인 태닝숍이 가진 높은 ‘기기 의존도’는 리스크로 꼽힌다. 대부분 태닝 기기는 수명이 4~5년 정도. 램프 교체와 필터 교환 등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고가 장비일수록 부품비나 냉각장치 정비 비용이 오르기 때문에 멀리 보면 운영비용이 커질 수 있다. 창업 브랜드 선택 시 정기적인 AS 체계와 본사 기술 지원 능력이 잘 갖춰져 있는지 꼼꼼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법 규제도 고려해야 한다. 무인 태닝숍은 공중위생관리법상 ‘피부미용업’으로 분류된다. CCTV 설치와 출입자 기록 관리, 이용자 동의 절차, 응급 대응 시스템 등이 의무 사항이다. 강병오 대표는 “법에서 정하는 규제를 지키는 건 사업 초기에는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고객에게 ‘신뢰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조동현 기자 cho.donghyun@mk.co.kr,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2호 (2025.08.13~08.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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