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를 2013년 5억원에 매수해 살던 직장인 권모(46)씨는 작년 9월 송파구의 같은 평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기존 집이 안 팔려 어쩔 수 없이 전세를 줬고 ‘일시적 2주택자’가 됐다. 3년 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1주택자 혜택이 유지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부담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권씨는 세금 폭탄을 맞을 처지가 됐다. 갭 투자가 원천 차단되면서, 권씨는 세입자와 계약이 끝나는 2028년까지 관악구 아파트를 팔 수 없는 상황이다. 1주택자 비과세 혜택도 놓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된 것이다. 당초 권씨가 예상했던 수십만 원 수준의 세금은 5억원 이상으로 뛸 전망이다. 권씨는 “예상 못 한 규제에 날벼락을 맞았다”고 했다.
주거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집을 전세로 주고 있던 ‘일시적 2주택자’들이 졸지에 세금 폭탄을 맞을 처지에 놓였다. 정부는 신규 주택 취득 후 3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제도를 운용해 왔다. 이사 과정에서 기존 주택이 바로 팔리지 않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마련한 예외 조항이다.
하지만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주택을 매수하려면 실거주 의무가 발생하는데, 이는 매수자가 세입자를 승계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 최장 4년까지 거주할 수 있어, 매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5월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조치가 끝나면 20%포인트 중과세율까지 적용받는다. 결국 집주인이 전세 계약이 끝난 후 직접 돌아와 실거주하며 매도를 시도하거나, 다주택자로 남아 세금 중과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노원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이사 갈 때 기존에 살던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전세를 주면서 일시적 2주택으로 남는 형태는 흔한 일”이라며 “올해 들어 갈아타기 수요가 높아지면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더욱 늘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조치는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처음 도입됐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없애려 했으나 법 개정이 되지 않아 1년 단위로 유예해 왔다. 내년 5월 9일 유예 기간이 끝나면 세금 중과가 부활한다. 유예 기간이 끝나면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에게는 기본 세율(6~45%)에 20%포인트가 추가된다. 지방세(양도세의 10%)를 포함하면 최고 71.5%에 달하는 살인적인 세율이 적용된다.
전세 계약 만료 시점이 중과 유예 종료 시점 이후인 일시적 2주택자들은 꼼짝없이 급증한 세금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는 “10·15 대책이 ‘세금은 건드리지 않은 규제’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말”이라며 “서민 주거 지역인 관악·노원구 등까지 조정대상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며 일시적 2주택자처럼 양도세가 크게 늘어나는 사람이 속출할 것”이라고 했다.
세금 부담 증가를 예상한 일부 주택 소유자는 증여를 택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집합 건물(아파트·오피스텔 등)의 증여 신청 건수는 올해 1월 419건에서 9월 881건으로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하며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규제 회피를 위한 움직임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