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방송에 출연해 “대법원 개혁 문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때는 사법 개혁 이야기가 없었다’는 진행자 지적에 지난 5월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이 최종 심의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단이 없다. 국회가 재판 소원 논의로 자연스럽게 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대법원이 이 대통령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면 ‘사법 개혁’은 없었을 것이란 말과 같다. 민주당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 소원을 낼 수 있는 재판 소원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이 대통령 사건을 뒤집으려는 시도라는 것을 인정한 것 아닌가. 이 의원은 재판 소원이 사실상 ‘4심제’라는 지적에 “현실적으로 그런 효과가 일부 있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 특보를 지냈고, 대장동 사건 등에서 변호를 맡았던 사람이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기 전에는 ‘사법 개혁’에 큰 관심이 없었다. 이 대통령이 대장동 등 각종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검찰을 압박했고,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자 사법부를 겨냥했다. 검찰은 결국 해체가 확정됐고, 이제 법원을 압박하는 중이다. 이런 일을 벌이는 이유를 짐작은 했지만 민주당 의원 입에서 이 대통령 재판 때문이라는 취지의 말까지 나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법 왜곡죄’ 도입도 지시했다. 판검사가 법령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경우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이런 전대미문의 법을 만들겠다는 자체가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주당 출신 국회의장의 개헌자문위는 헌법을 고쳐 법관 파면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퇴임 후 재개된다. 민주당은 대법관 14명을 26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중 22명을 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이 90% 가까운 상황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도 유죄가 나오면 재판 소원을 활용해 헌재에서 사실상 4심을 받을 수 있다.
사법 시스템은 나라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특히 4심제는 모든 국민이 영향을 받는 중대한 문제다. 그런 제도를 사회적 합의 없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이유가 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민주 법치국가라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