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 잡았지만 불안한 ‘자·유 연정’

성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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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회, 내각에 참여하지 않고
자민당과 정치적으로 거리 두기

21일 취임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자·유(自維, 자민당·유신회) 연립 정권’은 각외 협력(閣外協力)이라는 이례적인 협력 관계다. 일본유신회가 연립 정권이긴 하지만 소속 의원은 정권의 각료(장관)로는 참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일본 정치권에선 ‘언제든 붕괴하고 정권이 단명(短命)할지 모르는 불안한 출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26년간 협력한 공명당이 연립 정권에서 이탈하자, 열흘 만에 보수 야당인 유신회와 새 연립을 수립해 국회 총리 선거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유신회는 공명당과 달리 소속 의원이 대신(장관), 부대신(차관) 등 내각 멤버로 참가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카이치는 공동으로 국정을 책임지는 각내 협력을 요청했지만 유신회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신회 측은 “각료 자리 욕심이 아닌, 정책 실현을 위한 연립 참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은 이 같은 각외 협력을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정권 내 불협화음이 커질 땐 자민당을 비난하며 탈퇴할 수 있는 명분을 미리 챙겼다는 것이다.

불씨는 유신회가 연립의 절대 조건으로 요구한 ‘의원 정수 10% 삭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당은 오는 12월 중순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465석인 중의원 의석을 40~50석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른바 ‘자신을 먼저 베는 개혁’을 추진하는 유신회는 자신들이 최대 의석을 보유한 오사카에서 행정 개혁을 추진할 당시에도 시·부의회 의원 정수를 축소했다.

당장 연정 파트너가 급했던 다카이치는 유신회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자민당 내부에선 벌써부터 “갑작스러운 감축은 논외”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자민당 의사 결정 기구인 총무회는 25명 안팎 위원의 만장일치 체제이기 때문에, 의원 삭감안이 당내 정책으로 채택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두 달도 안 돼 연정이 붕괴하고 다카이치 정권도 단명으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양측의 갈등 때 중간에서 조율할 중량급 인사가 없다는 점이다. 유신회와 오랜 우호 관계를 유지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자민당)는 다카이치의 자민당 집행부에서 물러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리 보좌관으로 기용된 유신회 엔도 다카시 의원이 양측을 연결하는 역할인데, 과거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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