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달째 한 명도 기소 못한 해병 특검, ‘수사 외압’ 5명 영장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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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0건’ 특검의 승부수?
순직 해병 특검은 20일 이종섭 전 국방장관과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특검 출범 이후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3개월 넘게 수사하면서 한 명도 구속하거나 기소하지 못해 ‘다른 특검(김건희·내란)들에 비해 성과가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해병 특검이 승부수를 띄웠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픽=백형선


특검은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서울중앙지법에 이 전 장관과 김 전 사령관, 박진희 전 국방장관 군사보좌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접수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 사건은 해병대 수사단의 정당한 조사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참모들, 국방부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외압을 행사한 중대한 공직 범죄 사건”이라며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범행이 중대하며 증거 인멸 등 가능성이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23년 7월 31일 이른바 ‘VIP 격노’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되겠느냐”고 질책하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뒤집는 데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이첩한 조사 기록을 무단으로 회수하고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조사에 개입하라고 부당한 지시를 한 ‘주범’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장관은 또 군검찰단에 박정훈(대령)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 혐의로 수사하라고 지시하고, 박 대령의 항명죄 재판에서 모해 위증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 전 보좌관과 유 전 관리관은 이 전 장관 지시에 따라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조사 과정에 개입해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라고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과도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단장은 상부의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 대령을 항명죄로 처벌하기 위해 ‘표적 수사’를 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지난 7월 박 대령을 항명죄로 처벌하려고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모해 위증)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김 전 사령관에게 직권남용 등 혐의를 추가해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장관 등 국방부 수뇌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뒤집는 데 적극 가담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 등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특검은 구속 사유 중 ‘증거 인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그간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인정한 VIP 격노 등을 꾸준히 부인했고, 김 전 사령관은 지난 2023년 8월 군 검찰에 휴대전화를 제출하기 전 통화 녹음 파일 등 700여 개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 특검보는 “채 상병 사건이 발생한 지 상당한 기간이 지났고, 그동안 주요 피의자들이 물증을 없앤 정황이 수사에서 확인됐다”며 “이 전 장관 등이 계속해서 언론을 통해 입장을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진술을 맞추는 상황이 반복돼 증거 인멸 우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해병 특검의 남은 수사는 이 전 장관 등 5명의 신병 확보 여부에 따라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지난 7월 2일 정식 수사에 착수한 후 110여 일간 체포·구속·기소한 피의자가 한 명도 없다. 특검은 애초 지난주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었지만 혐의를 추가로 다지기 위해 조사를 일주일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원동력을 잃을 수 있다. 이 전 장관 측은 “채 상병 사건의 재조사 지시와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수사 지시 등은 모두 국방장관으로서 내린 정당한 명령”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특검은 오는 23일 윤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해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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