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동부의 전략적 요충지 ‘도네츠크 지역 전역’을 러시아에 넘겨야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워싱턴포스트는 두 정상의 통화 내용을 잘 아는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11년째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도네츠크 전역을 ‘종전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2014년부터 도네츠크 일부 지역을 점령하거나 친러 분리세력을 지원해왔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지배에는 실패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후 백악관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푸틴의 요구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소셜미디어에 “이제 피를 멈추고 협상을 할 때다. 모두가 승리를 주장하게 하고 역사가 판단하게 하자”고 적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와 헤르손 지역의 일부를 포기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도네츠크 전역의 완전한 양도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8월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러 정상 회담 당시보다 다소 축소된 요구로, 일부 백악관 관계자들은 ‘진전의 신호’로 평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한 유럽 외교관은 “그건 우크라이나의 다리를 팔아먹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실질적 양보는 전혀 없는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백악관과 크렘린 모두 이번 통화 내용에 대한 논평 요청에 즉각 응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과의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조만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다.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는 지난 17일 열린 미·우크라이나 회담에서 “도네츠크는 대다수가 러시아어 사용 지역”이라며 “현실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유럽 외교가에서는 이를 크렘린의 논리를 대변한 발언으로 보고 반발하는 분위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장거리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을 기대했으나 성과 없이 회담을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을 보낼 필요 없이 전쟁을 끝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하며 사실상 추가 군사 지원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통제하고 있으며, 전선은 1년 넘게 교착 상태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현 전선 기준의 휴전” 구상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되, 향후 러시아의 재침공을 막기 위한 강력한 안보 보장을 미국과 유럽으로부터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가자지구에서의 정전 및 인질 교환 합의 이후 외교적 성과를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새로운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기자들의 “푸틴이 시간 끌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나는 평생 최고의 협상가들에게 속아왔지만 결국 내가 이겼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통화가 “러시아가 여전히 도네츠크 전역을 협상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구상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근본적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조선일보 주요뉴스해당 언론사에서 선정하며 언론사(아웃링크)로 이동합니다.
-
QR을 촬영해보세요. AI부동산, 나에게 딱 맞는 부동산 정보
-
QR을 촬영해보세요. 광고 안 봐도 되는 큐브 스도쿠로 스트레스 싸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