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회장이 왜 가자지구 정상회의에?

박국희 기자
입력
수정 2025.10.15. 오후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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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이집트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13일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휴전 정상회의에 각국 정상과 아랍 왕족들이 모인 가운데, 이색적인 인물이 눈길을 끌었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었다. 그는 정상도, 정치 지도자도 아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회의장 단상에 함께 섰다.

인판티노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으며, 가자지구에서 파괴된 스포츠 시설 복구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는 사실상 전쟁 이전에도 변변한 스포츠 시설 자체가 없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FIFA가 여기에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정상들과의 교류 장면을 편집한 홍보 영상을 올렸다.

인판티노 회장은 스포츠 외교의 경계를 넘어서 트럼프 대통령과 각종 행사에 동행해왔다. 2020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열린 트럼프 주최 만찬에 참석해 연설했고, 같은 해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에도 참석했다. 올해 초에는 트럼프의 두 번째 취임식에서 주요 귀빈석을 차지했고, 백악관 집무실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8월 백악관에서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FIFA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건네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지지자로, 2026년 월드컵의 미국 공동개최권 확보 이후 관계가 밀착됐다는 평가다. 올해 FIFA는 뉴욕 트럼프 타워에 사무실을 열었고, 인판티노는 최근 가자지구 중재 노력에 대해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FIFA 규정은 정치 개입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판티노 회장이 특정 정치 지도자와 지나치게 가까운 모습을 보이면서 FIFA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FIFA의 정치적 중립성을 완전히 포기하고 트럼프와 네타냐후 편에 섰다”며 이번 참석을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국제스포츠계에서 인판티노 회장처럼 정치 지도자들과 밀착해 정상회담에까지 동행하는 사례는 드물다.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 르완다의 카가메 대통령,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카타르 국왕 등 권위주의적 지도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FIFA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키워왔다.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그에게 도하의 별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축구의 왕”이라고 부르며 각별히 대우하고 있다. 인판티노 회장은 최근에는 월드컵 트로피 복제본을 백악관에 전시하도록 허락해 FIFA 취리히 박물관의 전시 공간이 비어 있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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