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판단 개입됐다는 지적
노벨 평화상은 스웨덴에서 선정하는 물리·화학·생리의학·문학상과 달리 노르웨이 의회가 선출하는 5인의 위원회가 수상자를 결정한다. 위원들은 대부분 전현직 정치인이다. 이 때문에 노벨 평화상은 선정 기준이 불명확하고 정치적 판단이 개입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정치인이 수상자로 결정됐을 때 이런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1973년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무장관의 수상은 대표적인 논란으로 남아있다. 키신저는 베트남전 종결을 위한 파리 평화협정을 주도한 공로로 상을 받았지만, 많은 사람이 그가 1970년대 미군의 캄보디아 비밀 폭격 작전과 남미의 군부 정권 지지 등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수상자 발표 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 5명 중 2명이 항의의 뜻으로 사퇴했고, 공동 수상자로 지명된 북베트남 지도자 레득토는 베트남의 상황을 감안할 때 자신은 적합하지 않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키신저의 수상 이후에도 베트남전은 계속됐고, 전쟁은 남베트남 수도 사이공(현 호찌민)이 함락된 1975년에야 끝났다.
1991년 군부 독재에 맞선 비폭력 저항 공로로 수상한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여사는 이후 로힝야족 인권 탄압 사태에 침묵하며 논란이 됐다. 1994년에는 무장 투쟁 전력이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공존을 약속한 오슬로 협정 공로로 공동 수상자에 이름을 올려 국제적 비판이 제기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09년 취임 첫해 수상했을 땐 “업적이 아니라 기대감에 대한 정치적 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오바마 본인도 수상자 선정 소식을 듣고 “내가 왜?”라는 의문이 제일 먼저 들었다고 회고록에 썼다.
반면 20세기 평화운동의 상징인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수차례 후보에 오르고도 끝내 상을 받지 못했다. 2006년 당시 노벨위원회 위원장 예이르 루네스타는 “간디의 업적에 대한 인지가 부족했던 것은 노벨상 역대 최악의 누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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