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처리 실패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현실화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와의 막판 담판 자리에서 ‘TRUMP 2028’이 적힌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셧다운 직전인 지난 달 30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존 튠 상원 원내대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이 함께한 장면이 담겼다.
그런데 대통령 집무실 책상인 ‘결단의 책상’ 위에는 ‘TRUMP 2028’이라는 글귀가 선명히 새겨진 모자가 놓여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일련의 사진은 당시 여야 지도부보다는 오히려 해당 모자의 존재를 구도에서 강조하며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사진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어느 지점인지 암시하는 사진이었다.
이 모자는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온라인 스토어에서 50달러에 판매되는 상품으로 ’2028년 대선 3선 도전’을 암시하는 문구가 미국 내에서 논란을 낳아왔다. 미국 헌법 수정 22조는 대통령의 3선 이상을 명백히 금지하고 있다. 이미 재선을 이룬 트럼프 대통령이 2028년 선거에 출마할 경우 헌법상 제약에 부딪히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출마하고 싶다” “아마도 하지 않을 것” 등 애매한 발언으로 3선 논란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았다. CNN은 “셧다운 협상 자리에서 모자를 강조한 것은 민주당을 향한 노골적 메시지”라고 평가했고, 뉴욕포스트는 “민주당 지도자들을 조롱한 행위”라고 보도했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CNN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두고 “그는 모자를 우리에게 건네려던 게 아니었다. 가장 이상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악관 회동에서 트럼프는 진지하지 않았다. 공화당은 협상에 관심이 없는 듯했다”고 비판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한 합성(딥페이크)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영상에는 흑인인 제프리스 원내대표가 멕시코 전통 모자인 솜브레로를 쓰고 콧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등장했고, 슈머 원내대표는 흑인·라틴계 유권자들을 비하하는 조작된 발언을 내뱉는 장면이 포함됐다. CNN과 USA투데이 등은 이를 두고 “명백한 인종차별”이라는 비판을 전했다. 민주당 메들린 딘 의원은 “하원의장은 즉각 규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협상 국면에서 ‘2028 모자’와 합성 영상까지 동원해 야당을 조롱한 것은 지지층 결집을 노린 의도적 행위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미국 언론에서도 “대통령으로서 선을 넘은 행동”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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