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軍 인종·성별 배려 끝나” 美국방 “방어 아닌 전쟁 준비하라”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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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01. 오전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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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美장성 800명 불러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서 열린 전군 지휘부 행사에서 “핵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겠다”며 “그러나 절대 사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앞으로 수년 동안 군을 지금보다 더 강하고, 더 거칠고, 더 빠르고, 더 무섭고, 더 강력하게 만들겠다”며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이고 지배적인 군대로서 수십 년, 수세대 동안 미국을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날 분쟁 지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모인 미군 장성·제독 800여 명 앞에서 “나는 이미 핵무기를 재건했지만 앞으로도 업그레이드를 이어갈 것”이라며 “그 힘은 너무도 엄청나서 실제로 쓰게 되는 상황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것을 절대로, 절대로 사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최근 핵을 언급했을 때, 나는 즉각 핵잠수함을 러시아 해안에 배치했다. 우리의 잠수함은 탐지할 수 없고 세계 최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핵잠수함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중국에 최소 25년은 앞서 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 기지에서 미군 주요 지휘관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세계 각지에 주둔하는 장성들을 소집한 이 회의의 목적이 “군인 정신을 다시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에 앞서 연설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군 문화 개혁과 정신 무장을 촉구했다./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는 전군 지휘관 회의를 소집한 목적에 대해 “군인 정신을 다시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콴티코로 출발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만약 그들이 실력이 부족하거나 전사(warrior)라고 생각되지 않으면 나는 그 자리에서 그들을 해고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집권 1기 시절을 거론하며 “군 고위직에 있던 나쁜 사람들을 배제하면서 군을 재건했다”고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9개월 동안 분쟁을 일곱 건 해결했다”며 “전날에는 3000년간 이어져 온 중동 전쟁을 끝낼 합의가 이뤄졌다. 이스라엘과 아랍·이슬람 국가들이 모두 동의했고, 이제 하마스의 결단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또 인도·파키스탄 긴장 완화, 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 분쟁 중재 사례를 열거하며 “노벨평화상은 아마도 나에게 오지 않겠지만, 진정한 공로는 미국이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트럼프에 앞서 연설에 나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국방부는 더 이상 ‘방어(Defense)’가 아닌 ‘전쟁(War)’ 부서”라며 전면적인 군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그는 이날 연설을 “바보 같고 무모한 정치인들에 의해 수십 년간 썩어온 것을 바로잡는 자리”라고 규정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고대 로마 격언을 인용하며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오늘부로 새롭게 복원된 전쟁부(Department of War)의 유일한 임무는 전쟁 준비와 승리”라며 “우리의 적들이 어리석게 도전한다면 ‘FAFO(‘까불면 다친다’는 미국 속어)’라는 말 그대로 압도적 폭력과 정밀함으로 짓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군 인사와 문화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너무 오랫동안 인종과 성별, ‘역사상 첫 ○○’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잘못된 승진이 이뤄졌다”며 “그 결과 우리는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으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비꼬는 표현) 부서’가 됐지만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또 “더 이상 정체성 정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사무실, ‘드레스를 입은 남자들(트랜스젠더)’, 기후변화 숭배 같은 쓰레기는 없다. 공통 상식과 전사 정신을 되찾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그세스 장관은 모든 병력에 대한 체력과 전투 기준 강화를 지시했다. 전투병과 기준을 과거 남성 최고 수준으로 환원하고, 전 장병에게 연 2회 체력검정 및 체중·체격 측정을 의무화하며, 전투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의 현장 체력검정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살찐 장군과 제독, 그리고 전투 부대에서 뚱뚱한 병사들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전투병과에는 타협 없는 기준만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 아들도 다른 부모의 자녀와 다르지 않다. 내가 내 아들을 맡기고 싶은 부대가 곧 미군이 돼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약 45분간 진행된 연설 말미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정책에서 해방의 날을 선포했듯 오늘은 전사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했다. “우리는 수비하는 방어자가 아니라 승리를 위해 싸우는 전사이며, 방어가 아니라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는 전사이고, 압도적 전투력을 통해 평화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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