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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들은 기본적인 의료보험조차 가입할 수 없으며, 휴대폰 개통이나 통장 개설과 같은 일상적인 활동도 높은 장벽으로 다가온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사회의 안전망에서 쉽게 이탈할 수 있는 불안정한 삶을 살아간다.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자신의 존재가 투명하게 취급되는 현실 속에서 이들은 고립감과 무기력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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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
이러한 현실에 대한 중요한 자각과 새로운 전환점이 지난달 경기도에서 마련되었다. 바로 ‘미등록 아동 발굴 및 지원 조례’의 제정이다. 이 조례는 경기도 내에 거주하는 미등록 아동의 존재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조례 제정에 따라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미만의 미등록 이주아동에게는 ‘아동 확인증’을 발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그동안 실존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되었던 아이들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권리 보호의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조례는 미등록 이주배경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분명한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는 경기도의 노력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다가오는 10월 29일은 지방자치의 날이다. 경기도의 조례 제정 사례는 지방정부가 아동의 기본적 권리 보호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미등록 이주’라는 현실을 마주해야 했던 아이들에게 그 짐이 너무 버겁지 않도록 돕는 일은 모든 지방정부가 마땅히 실천해야 할 책무가 아닐까.
양경은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