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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발이 너무 길어 똑바로 서지도 못하는 균형미 제로인 털북숭이 몸매를 끌고, 갈고리 모양의 발가락으로 나무를 꽉 붙잡고 느릿느릿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머리를 거의 끝까지 돌리며 씨익! 함빡 미소를 지을 땐 정말, 정말이지 꼭 껴안아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다정스럽고, 예쁜 세발가락나무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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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모든 것이 느리고 느린 나무늘보도 짝짓기만은 5초 안에, 무척 빠르게 끝내버린다. 그리고 수영선수급은 아니지만 수영도 꽤 잘한다. 신진대사율이 낮고 먹은 걸 소화하는 기간도 길어 몸 자체가 부력이 되기 때문이다. 언젠가 거대한 코끼리가 강을 헤엄쳐 건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는데 나무늘보도 그럴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두발가락나무늘보는 2주 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기쁘게 만나고 왔으나 세발가락나무늘보는 나무들이 울창한 열대우림지역 이외에선 살아남기 힘들어 우리나라 동물원에선 직접 보기가 힘들다. 게다가 두발가락나무늘보와 달리 잡식성이 아닌 완전 초식성인 데다 그들이 좋아하는 세크로피아 나무도 없으니까. 대신 나는 중독성 강한 그들의 노래를 종종 듣는다. 작고 작은 영가처럼 형언할 수 없이 슬프고 아름다운. 자꾸만 망가져 가는 이 슬픈 지구의 울음소리 같은.
김상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