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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영 사회부 기자 |
월급으로 300만원가량을 약속받고 한국의 어느 농장으로 떠났다. “유명 브랜드 옷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한 달에 300달러(약 42만원)를 받는다”던 캄보디아인 통역사 말에 비추어보면, 10배에 달하는 외화벌이를 하러 가는 인력이었다. 이들은 눈물을 훔치면서도 ‘코리안 드림’에 젖은 듯 들뜬 얼굴이었다.
최근 젊은 한국인들은 “한 달에 3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고수익 알바’를 하러 간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사기에 동원됐다. 온갖 가혹 행위와 구금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실상이 알려지자 온라인에는 ‘캄보디아인들이 거리에서 인신매매와 납치를 자행한다’는 음모론도 성행했다. 한 현지인은 “한국으로 일하러 가는 친구들이 많은데,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이번 사태는 한국의 이면을 드러냈다. 1960년대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를 보낸 한국은 이제 저임금 노동자를 수입하는 이른바 ‘선진국’이 됐다. 하지만 한편에선 청년들이 법망을 피해 타국에서 검은돈을 벌거나 세탁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 한 교민은 “이번 일로 범죄 근절 움직임이 생긴다면 박수 칠 일이지만, 자국민을 상대로 한 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최근 사태로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유보하겠다고 발표했다. 범죄 조직의 인권 유린과 가혹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한 국가의 잘못만으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 지을 수도 없다. 공항에서 목격한 ‘눈물의 환송식’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