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계획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정책은 말이 아니라 숫자에서 신뢰가 생긴다.’
호주국립대 학생들이 한목소리로 한 말이다. 호주 청년 유권자들은 정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실행 가능성도 중요하게 여겼다. 이곳에서는 정치권에서 정책을 발표하거나 평가할 때, 정책 이행에 필요한 예산을 함께 고려한다. 정치권이 예산을 중시하는 문화가 유권자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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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캔버라에 있는 호주국립대 교정에서 거리를 다니는 학생들과 지난 9월 26일 만나 인터뷰했다. 캔버라=장민주 기자 |
지난 5월 호주 총선에서 정치권은 청년 유권자의 표심에 주목했다. 18∼39세인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유권자 수가 다른 세대를 180만명 이상 웃돌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기후변화, 교육 등 장기 과제와 복지, 학습 등 생활 밀착형 문제에 주목했다. 준(19·범죄심리학)은 “젊은 세대로서 기후변화 대응과 교육 기회 확대가 중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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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의 비용이 공개될 때 정책이 현실로 다가온다는 점도 강조했다. 신입생인 제롬(19·문학)은 “정치인은 예산 비용을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지금은 정치권에 거짓말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석사 과정 중인 사이먼(25·심리학)도 “비용이 공개되면 정책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며 “비현실적인 정책엔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책 예산을 추계하는 호주 의회예산처(PBO)가 이런 인식에 영향을 줬다고 보는 학생도 있었다. 국제관계학을 공부하는 조지(29)는 “PBO가 정책 비용을 검토·추계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공약을 더 신중하고 현실적으로 내놓는다”며 “국가장애보험제도(NDIS)나 노인 요양 개혁 같은 정책의 경우, PBO 분석이 실제 비용과 재정 영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박사 과정을 밟는 제스(33·법학)는 “PBO 같은 기관은 정책의 근거를 점검하고 재정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를 드러내 정당들이 더 현실적이고 목표가 분명한 정책을 내도록 한다”며 “(정치인들이) 과장된 공약을 내세우거나 공약을 지키지 못하는 일을 막는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기적인 인기 공약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보게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