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석유 제재하자 러시아는 핵전력 훈련 ‘맞불’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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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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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전 평화협상 놓고 기싸움

미, 러 최대 석유기업 자산 동결
정상회담 무산 후 압박전략 선회

EU 27개국 ‘대러 제재안’ 합의
러는 우크라 공습 확대 무력시위
아이들은 무슨 죄로…
22일 러시아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유치원에서 구조대원들이 아이들을 안아서 대피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가응급서비스 제공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2차 미·러 정상회담이 무산되자 러시아의 ‘전쟁 돈줄’인 에너지 부문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미국의 전선 동결 요구를 거부하며 평화협상에 미적거리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나선 것이다. 이에 러시아는 핵전력 훈련과 우크라이나 공습 확대 등 무력시위로 맞불을 놓으면서 협상을 둘러싼 양국 간 기 싸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2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러시아의 진지한 의지가 부족하다”며 러시아 최대 석유 회사인 로스네프트(Rosneft)와 루코일(Lukoil)을 추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50% 이상 소유한 모든 법인의 자산이 동결된다. 재무부는 “러시아 에너지 부문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크렘린(러시아 정부)이 전쟁 자금을 조달하고 약화된 경제를 지탱하는 능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영구적인 평화는 러시아가 선의를 갖고 협상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위한 회담이 무산된 지 하루 만에 나온 조치로 회유에서 압박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금은 살상을 멈추고 즉각적인 휴전을 선언할 때”라며 “러시아 전쟁 기계를 지원하는 러 최대 석유 기업 2곳에 제재를 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무부는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동맹국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제재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 무산에는 “적절치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취소했다”며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지점에 이르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만 정상회담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둬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럽연합(EU) 27개국도 LNG 수입 금지 등 러시아 에너지 제재안에 합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19차 대(對)러시아 신규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다. 이번 제재안을 통해 러시아 LNG 수입 중단 시기를 2027년 1월 1일로 1년 앞당기고 러시아산 원유 밀수에 활용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 117척도 제재 명단에 추가된다. 러시아 외교관들에 대한 EU 여행 제한도 포함됐다. EU는 23일 이를 최종 채택할 방침이다.

러시아는 무력시위를 벌이며 반발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지휘 아래 육상·해상·공중 구성 요소를 포함한 전략 핵전력 훈련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이 무산된 상황에서 무력 과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또 이날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르키우를 공습하는 등 공세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하르키우 유치원이 피해를 입으면서 어린이 2명 등 최소 6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다쳤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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