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현지 범죄단지 20여일 감금
14일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상가 건물에 현지어와 함께 중국어 간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사기 범죄 제안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지인을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넘겨 20일 넘게 감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일당이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검찰이 구형한 징역 9형보다 더 많은 형량을 선고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엄기표 부장판사)는 국외이송유인, 피유인자국외이송, 폭력행위처벌법 위반(공동감금)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주범 신모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신씨에게 징역 9년을 구형한 바 있다.
공범으로 기소된 박모 씨에게는 징역 5년, 김모 씨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
신 씨 일당은 지인인 A 씨를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 현지에서 감금되게 한 뒤 그의 계좌를 범행에 이용되도록 하고, A 씨 가족에게 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A 씨에게 사기 범행을 제안했다가 피해자가 이를 거부하자 A 씨에게 “캄보디아 관광 사업을 추진 중인데, 캄보디아에 가서 계약서만 받아오면 채무를 없애주겠다”고 속여 현지 범죄조직원들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캄보디아 현지 조직원들은 A 씨를 캄보디아와 베트남 국경 인근에 있는 범죄단지에 감금한 뒤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고, 스마트뱅킹 기능을 이용해 A 씨의 계좌를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직원들은 ‘대포계좌’ 명의자들이 고문당한 뒤 사망한 영상 등을 보여주며 “부모에게 계좌에 묶인 돈과 대포계좌 마련 비용을 보내라고 하라”며 협박하기도 했다.
신씨 등은 또 A 씨 부모에게 A 씨를 범죄단지에서 꺼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20여일간 범죄단지 등에 감금돼 있다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구출됐다.
재판부는 “신 씨는 다른 공범들을 위협해 피해자를 캄보디아로 이송하고 감금하는 행위를 했다”며 “그런데도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수사 과정에서 아무런 협조도 하지 않고, 재판 과정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할 뿐 반성문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공범들에 대해서는 “비록 신씨의 위협이 있었다고 해도 그 위협을 피해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범행에 가담했다”며 “자발적으로 범행에 나아간 건 아니지만, 피해자를 몰아넣은 행위에 대해서도 상당 기간의 징역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