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종 ‘흑호’ 개체수 증가, 전문가들 ‘마냥 환영할 일 아냐’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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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지 고립에 따른 근친교배의 결과, 유전자 공유로 이상현상 가능성
내셔널 지오그래픽 캡처


인도 오디샤주 시밀리팔 호랑이 보호구역에서 서식하는희귀종 ‘흑색 호랑이’의 개체수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전문가들이 서식지 고립에 따른 근친교배 증가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발간된 내셔널지오그래픽 10월호는 표지사진으로 인도 사진작가 프라 센지트 야다브가 시밀리팔 지역에서 촬영한 흑색 호랑이 ‘T12의 사진을 실었다.

이 사진은 지난 9월 15일(현지시간) 같은 매체의 온라인 기사를 통해 먼저 공개되기도 했다.

검은 줄무늬가 몸 대부분을 뒤덮는 이 현상은 벵골 호랑이에게 나타나는 유전자 돌연변이 ‘유사흑색증(pseudo-melanism)’이다. 1990년대 인도 오디샤주에서 처음 발견됐고, 2007년 이후에는 주로 시밀리팔 보호구역에서 눈에 띄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그때만 해도 ‘희귀종’이었던 흑색 호랑이의 개체수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확인했다. 인도 국립호랑이보호청(NTCA)이 호랑이 보호에 성공하면서 시밀리팔 구역 호랑이는 10년 사이 네 마리에서 30마리로 늘어났고 이 중 절반이 흑색 호랑이라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캡처


전문가들은 흑색 호랑이의 증가를 반길 수만은 없다고 지적한다.

‘유사흑색증’ 자체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외관상의 이상현상이나 흑색호랑이가 증가하는 것은 보호구역의 ‘고립’ 때문에 반복적인 근친교배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반복적 근친교배로 모든 개체가 비슷한 유전자를 공유하게 된다면, 예상치 못한 질병에 노출되거나 더욱 더 심각한 이상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분자 생태학자인 우마 라마크리슈난은 “이러한 유전적 고립은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며 “해결하지 않으면 보호구역 내 호랑이들에게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이제 인도 당국의 과제는 호랑이 개체수 회복이 아니라, 근친교배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라고 짚었다.

면적 900㎢에 달하는 시밀리팔 구역의 인근 지역인 사트코시아 구역에선 호랑이가 더 이상 살지 않는다. 순다르반 구역도 호랑이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인 160㎞ 이내에 위치해 있으나, 두 구역 사이에 존재하는 도시와 농지에는 인간이 살고 있어 호랑이가 마음 놓고 활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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