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한곳 의존하다 3500명 실직
市, 스타트업 테스트베드로 전환… 산학관 협력속 신기술 실험 지원
AI-헬스케어-핀테크 기업 유치, IT종사자 1.5만명… 제조업 추월
20대 인구 14년새 15% 넘게 늘어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핀란드 북부의 인구 21만 명 도시 오울루를 찾았다. 수도 헬싱키에서 약 607km 떨어진 이곳은 오랫동안 ‘노키아 도시’로 불렸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통신기업 노키아의 휴대전화 생산 시설이 대거 자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에 경쟁력을 잃고 모바일 사업을 매각하면서 단일 대기업에 의존했던 시 경제는 크게 흔들렸다. 노키아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2009년부터 5년간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서만 3500여 명의 시민이 직업을 잃었다. 제조업과 사무직 관련 일자리 역시 크게 줄었다. 당연히 시의 활력도 떨어졌다.
오울루는 이런 위기를 긴밀한 산학 협력과 스타트업 중시 정책으로 벗어났다. 우선 친환경에너지 & 클린테크, 교육, 소비재, 헬스케어, 게임,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을 시가 정책적으로 지원했다. 오울루대, 오울루응용과학대(OAMK) 등 도시 내 대학들과의 연계 프로그램도 개발했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시와 대학의 지원을 받아 쉽게 창업할 수 있는 환경 구축에 나섰던 것이다.
● 정부-대학-기업의 ‘3각 협력’
현재 오울루의 IT 업계 종사자는 약 1만5000명. 제조업 종사자(약 1만400명)를 앞질렀다. 사실상 노키아의 경영 실적에 좌지우지되던 제조업 도시가 다양한 기술 기업 및 스타트업이 활동하는 도시로 바뀐 것이다.
● 도시 전체가 스타트업의 테스트베드
오울루시가 운영하는 창업 지원 기관 ‘비즈니스오울루’를 찾았다. 2010년 기존의 기업활동 지원 부서를 모두 통합해 만든 기관으로 도심의 첨단 기업단지 ‘테크노폴리스’에 자리잡고 있다. 관계자들은 “이곳에서는 누구든 창업 활동에 필요한 자원과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노키아발(發) 위기는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안겼다. 전자기기 제조 및 무선통신 사업에서만 이뤄졌던 산학협력을 다른 여러 분야로 확장해 시 전체가 참여하는 산학관 협력을 강화한 이유다.
지난해 발족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오이스터(OYSTER)’만 봐도 알 수 있다. 헬스테크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에서는 시 정부가 창업 초기 아이디어 검증과 투자 유치를 돕는다. 대학은 연구 인력과 기술을 제공하고, 지역 병원은 실제 의료 현장을 임상 실험 공간으로 제공한다.
현재 360개 이상의 기업이 직간접으로 OIA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지원 사업의 규모만 5800만 유로(약 957억 원). 오울루대, OAMK도 학생과 초기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실험 공간과 커뮤니티 허브를 제공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신경 질환의 조기 발견 및 관리 방법을 제공하는 헬스테크 기업 ‘페일리비전’의 미코 코니토 대표(35)는 오울루의 산학 연계를 창업 과정에서 누릴 수 있는 큰 장점으로 꼽았다. 코니토 대표는 “오울루의 스타트업 친화적인 문화가 없었다면 회사가 이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분석기관 ‘스타트업블링크’가 발표한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 지수에서 지난해 기준 오울루는 핀란드 2위, 북유럽 9위를 차지했다. 오울루시에 따르면 연간 150회 이상의 스타트업 지원 행사가 열린다. 북유럽의 특성을 살려 스타트업 참가자들이 얼음물에 입수해 투자자들 앞에서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글로벌 창업 경연대회 ‘북극곰 피칭’이 대표적이다.
‘스타트업 익스프레스’는 창업을 고민 중인 이들에게 14주간 최초 팀 구성부터 비즈니스 모델 개발, 데모 데이까지 전 과정을 집중 지원하는 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2023년부터 현재까지 20여 개 스타트업이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