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경험 없는 인사로 간부진 꾸려
“공수처 무능력” 우수 인력들 기피… 구속영장 8건 청구 중 6건 기각돼
“공수처 수사-기소 분리도 논의를”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이 선고한 손준성 전 검사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문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선거에 개입하기 위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야당에 전달했다는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 전 검사장을 기소한 사건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거나 “(공수처) 검사의 주장에 대한 충분한 증명이 없다”고 적시했다. 이 판결은 올 4월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됐다.
내년 1월로 출범 5년을 맞는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이 6건으로, ‘최종 성적표’인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사건은 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10월 수사 기소 분리와 수사기관을 신설하는 형사사법 체계 개편을 앞두고 기존 수사기관인 공수처에 대한 점검과 개선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수처 기소 사건 3건 중 2건은 대법서 무죄
공수처가 처리한 사건이 적은 원인에 대해 공수처 근무 경험이 있는 관계자들은 “수사 경험이 많은 숙련된 인력의 부재”라고 입을 모았다. 축적된 자료나 노하우가 없는 신생 수사기관인 만큼 경험이 많은 숙련 인력들이 조직 출범부터 기틀을 다졌어야 했지만 이런 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출범 후 올 8월까지 구속영장을 8건 청구했는데 내란 혐의를 받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을 제외한 6건이 기각된 바 있다.
‘현직 검사 배제’ 원칙을 내걸었던 공수처는 첫 채용부터 매년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지난해엔 검사 25명 정원 중 11명이 공석이었다. 한 공수처 전직 검사는 “출범 초기부터 부장검사들과 간부들이 수사 경험 없는 인물들로 꾸려졌다”고 했다. 또 다른 공수처 검사는 “능력 없는 공수처란 인상이 굳어지면서 각 기관의 우수인력이 공수처를 기피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 “공수처 수사·기소 분리도 논의해야”
공수처의 수사 기소 분리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권은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분리하는 형사사법 체계 개편이 이뤄지는 가운데,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공수처도 손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검찰과 달리 수사할 수 있는 인적 대상 및 범죄의 종류가 제한돼 있고 조직 규모도 작기 때문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권한 남용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다”며 “다른 수사기관이나 공소기관 소속 공직자의 범죄는 공수처에서 수사와 기소를 담당함으로써 이해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 자문위원을 지낸 변호사는 “공수처 수사에 대한 통제와 견제 방안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