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경 우파 다카이치 총리 취임… ‘韓日 한배 탄 이웃’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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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21일 취임했다. 그는 집권여당인 자민당 총재에 선출돼 총리가 유력했으나 연정 상대인 중도보수 성향의 공명당이 이탈하면서 위기에 몰렸었다. 자민당보다 우익 색채가 짙은 일본유신회와 손을 잡아 이날 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에서 과반을 확보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책을 계승한다고 공언할 정도로 강경 우파로 통한다. 그런 그가 ‘우클릭 연정’으로 총리에 오르면서 온건파였던 전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달리 우경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그가 보여 온 과거사 인식이다. 한국 식민 지배를 사과,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를 강하게 비판한 것은 물론 ‘자녀·손자 세대까지 사죄를 시켜선 안 된다’는 2015년 아베 담화를 계승한다고 밝힌 적도 있다. 독도 영유권을 공공연히 주장했고,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매년 참배해 왔다. 이제 총리가 된 만큼 어렵사리 궤도에 오른 한일 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퇴행적 과거사 언행은 삼가야 한다.

국제 질서의 격변 속에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동맹에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압박하며 안보는 스스로 책임지라고 엄포를 놓는 트럼프 시대에 한일은 동병상련의 처지다. 중국 러시아와 밀착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양국이기도 하다. 나아가 미국의 보호무역,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가 충돌하는 패권 경쟁 속에서 한일 경제 협력은 더욱 절실해졌다. 가령 반도체 생산 능력이 강점인 한국과 반도체 제조 장비, 핵심 소재가 강한 일본이 협력하면 새로운 경쟁력을 키워 불확실성이 커진 글로벌 공급망에 함께 대처할 수 있다.

왜곡된 과거사 인식이 이런 미래지향적 협력의 발목을 잡는다면 손해는 양국 국민이 본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만난다. 한일 관계는 한국의 정권 교체, 일본의 총리 교체로 부침을 겪을 때가 많았다. 한국 정부가 그 악순환을 끊기 위해 한일 관계의 지속적 발전이라는 외교 노선을 택한 만큼 다카이치 총리도 한일 협력에 ‘플러스’가 되는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어떤 경우에도 한일이 ‘트럼프 시대의 격랑을 함께 헤쳐 나가는 한배를 탄 이웃’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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