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전후 당대 최고위 무관 추정… 시종 전신 발견에 순장 실체 확인
역대 가장 오래된 금동관 등 출토… 사로국 → 신라 발전 엿볼수 있어
APEC 맞아 27일~내달 1일 공개
1500여 년 전 신라에서 최고위급 장수(將帥)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이 경북 경주 황남동에서 발견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라 금동관 파편이 출토됐으며, 주변 부곽(副槨)에선 시종으로 보이는 순장자의 인골 전신(全身)도 함께 나왔다.
국가유산청은 20일 경주 황남동에서 가진 공개회에서 “4세기 말∼5세기 초 최상위 신분의 장수가 묻힌 무덤이 갑옷과 마갑(馬甲), 금동관 등 껴묻거리 165점과 함께 확인됐다”며 “신라 중장기병 무덤이 발견된 건 2009년 쪽샘 C10호분에 이어 두 번째”라고 밝혔다. 특히 해당 무덤은 형태나 출토 유물 등을 통해 초기 국가 단계였던 사로국이 ‘황금 신라’로 발전한 과정을 엿볼 수 있단 점에서 가치가 크다.
● 가장 오래된 신라 금동관 파편
‘황남동 1호 목곽묘’로 명명된 이 무덤은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인 황남동 120호분을 발굴 조사하던 도중 그 하부에서 찾았다. 2∼4세기 한반도 전역에서 성행한 무덤 형식인 덧널무덤(목곽분)과 5세기 후반부터 신라 특유의 형식으로 자리 잡은 돌무지덧널무덤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황남대총, 천마총으로 잘 알려진 돌무지덧널무덤이 출현하는 과정을 연구할 단서로 평가된다.
무덤의 주인은 당대 최고위에 이른 무관일 것으로 추정된다. 크게 주곽과 부곽으로 이뤄져 있는데, 부곽에서 갑옷과 투구 등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이다. 주곽에선 30세 전후 사람의 것으로 추정되는 치아와 금동관 파편, 금귀걸이 1쌍이 확인됐다. 오른쪽 상체 근처에선 철제 고리자루큰칼도 출토됐다.
● 순장 인골 전신이 온전히 출토
갑옷과 투구, 마갑 등은 무덤 주인의 지위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쪽샘 C10호 목곽묘에서 나온 갑옷은 철재로만 이뤄졌지만, 이번 갑옷은 몸통과 허리 아래에 가죽이 사용됐다. 갑옷 전문가인 박준현 부경대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가죽이 혼용된 찰갑은 무게가 가볍고 활동성이 높다”며 “장수 중에도 위계가 높은 이들에게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로 껴묻거리를 넣는 부곽엔 순장자 인골이 묻혀 눈길을 끈다. 키 160∼165cm로, 주인공을 보좌하던 시종으로 보인다. 김헌석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지증왕이 502년 순장을 금지할 만큼 신라의 순장은 널리 퍼진 풍습이었으나, 그동안 인골이 무덤 주인이 묻힌 공간에서 파편적으로 확인돼 추정에 그쳤다”며 “부곽에서 전신이 발견되며 순장 풍습의 실체를 확인했다는 의의가 크다”고 했다.
비슷한 양상의 무덤이 추가로 발굴될 가능성도 작지 않다. 심현철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경주 시내에 있는 5세기 후반∼6세기 돌무지덧널무덤 하부에 이런 무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발굴 현장은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일반에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