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못 건드려” 상원의원 소유 관광단지서 대놓고 ‘온라인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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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8. 오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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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 사태] 캄보디아 범죄 현장… 의원 소유 땅에 들어선 관광단지
한가운데 10층 건물은 ‘웬치’ 임대… 외벽 3층까지 쇠창살 출입 차단
놀이공원은 인신매매 등 거점 지목
현지인 “상류층이 범죄조직 뒷배”… 美국무부 “고위층 사기행각 공모”
철문에 쇠창살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숙소 입구가 철문으로 막혀 있고, 창문에는 쇠창살이 설치돼 있다. 리용팟 캄보디아 상원의원이 소유한 이곳은 ‘웬치’(범죄단지)로 알려져 있다. 프놈펜=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캄보디아에는 수많은 ‘옥냐’(상류층)들이 범죄조직의 ‘뒷배’를 보고 있습니다.”

17일(현지 시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 종합관광단지 인근. 한 현지인은 낮게 목소리를 깔았다. 시야 끝에 보이는 유흥시설과 호텔, 아파트 단지는 캄보디아 재벌이자 집권 캄보디아인민당 리용팟 상원의원(67)이 소유한 리조트 기업 ‘리용팟 그룹’의 땅이다. 부지 한가운데 자리한 10층 건물은 높은 담장과 쇠창살로 둘러싸여 있었다. 건물 외벽 3층 높이까지 빽빽이 설치된 쇠창살은 외부인은 물론이고 내부인조차 드나들 수 없게 막고 있었다. 현지인은 이 건물을 가리키며 “온라인 사기가 벌어진 ‘웬치’(범죄단지)”라고 말했다.

● “경찰도 못 건드리는 ‘유령도시’”

프놈펜 시내에서 약 15km 떨어진 이 부지는 총면적 1만 ha(헥타르) 규모로, 국립경기장과 워터파크, 골프장 등이 들어선 관광단지로 조성됐다. 그러나 단지로 이어지는 왕복 6차로 도로에는 차도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 현지인은 “여긴 땅은 넓지만 유령도시(ghost city)”라고 말했다.

차로 2분가량 더 들어가자 낮게는 3층, 높게는 9층 규모의 건물 여러 동이 나타났다. 일부는 공사 중이었지만 평일인데도 작업은 중단된 상태였다. 현지에 18년째 거주 중인 한 교민은 “옥냐들이 비싼 값에 웬치로 빌려주고, 안에는 병원이나 상점 같은 걸 넣는다”고 설명했다.

부지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실내체육관과 숙소 예정 부지가 나왔다. 교민은 “15층짜리 숙소 건물은 최근까지 온라인 사기 조직이 활동하던 곳”이라며 “지금은 시끄러워 비어 있지만, 옥냐들의 힘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잠잠해지면 언제든 다시 범죄 소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인근 놀이공원 ‘가든 시티 워터파크’도 상황이 비슷했다. 리용팟 의원이 소유한 이곳은 홈페이지에서 ‘모든 연령대를 위한 장소’라고 홍보했지만 미국 재무부는 이곳을 인신매매와 온라인 사기의 거점으로 지목하고 제재한 상태다. 다른 교민은 “요즘 교민 사회 전체가 입조심하는 분위기”라며 “권력층을 건드린 기사라도 나가면 누가 썼는지 찾아내 해코지할 수도 있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 美 “캄보디아 고위층, 인신매매 공모”

캄보디아 내에서 잇따르는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의 배경으로 현지 범죄조직과 집권당 권력층의 유착이 지목된다. 올 2월 리 의원이 소유한 북서부 국경지대 오스마크 리조트에선 외국인 약 60명이 집단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재무부는 “이들은 취업 사기 피해자로, 도착 후 휴대전화와 여권을 압수당하고 사기 행위를 강요당했다”며 “구타와 전기 충격 등 학대를 당하고 몸값 등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10대 재력가로 꼽히는 콕안 상원의원(71) 역시 태국 경찰이 국제 온라인 사기 조직의 배후로 지목했다. 17일 오후 5시경(현지 시간) 프놈펜에서 차로 약 2시간 떨어진 콕안 의원 소유의 크라운 카지노 인근 웬치 입구는 중국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음식 배달 오토바이가 도착하면 경비 인력이 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북부 도시 포이펫의 크라운 카지노 등을 거점으로 태국인을 유인해 강제노동과 대포통장 개설을 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인신매매에 대한 공무원의 공모가 만연하고 고질적이다. 고위층이 재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사기 행각을 벌인다”고 분석했다. 현지 교민들은 “정치 거물들과 얽힌 사건은 경찰도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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