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연체율은 전연령대 최고지난달 20대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5만 명 가까이 줄어들며 3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청년 고용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20대의 은행 대출 연체율도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회에 진출하지도 못한 채 빚에 짓눌리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17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대 취업자 수는 343만5000명으로 1년 전 대비 13만4000명 줄었다. 고용률도 60.7%로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20∼60대에서 고용률이 감소한 건 20대가 유일했다. 전체 고용률(63.7%)이 통계 작성 이래 9월 기준 최대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청년 고용이 불안한 것은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제조·건설업 등 질 좋은 일자리가 계속 쪼그라들고 있는 탓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은 대출 원금, 이자를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20대의 가계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평균 0.41%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지난달 일하지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20대 ‘쉬었음’ 청년 수는 39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일자리 절벽에 빚 상환능력 급감
20대 신용유의자 3년새 25% 늘어
캄보디아 등 범죄 유혹 표적 될 우려
일반 상환 학자금 대출은 이자만 내는 거치 기간,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상환 기간 등을 설정해 상환하는 방식이다. 학자금 상환 시점을 소득의 발생 시점 이후로 미루는 취업 후 상환 대출과 달리 소득, 연령 등의 제한 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6개월 넘게 대출을 갚지 못한 이들은 장기연체자로 분류돼 신용정보 기관에 연체 사실이 통보되고 금융거래의 제한을 받는다.
이처럼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청년들도 급증하는 추세다. 신용유의자란 대출금이나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500만 원 이상의 세금을 1년 이상 체납해 한국신용정보원에 등록된 사람들을 말한다. 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7월 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887명(중복 인원 제외)으로 2021년 말(5만2580명)보다 25.3%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가 54만8730명에서 59만2567명으로 8.0%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20대 신용유의자의 증가세가 상당히 가파르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제는 일자리 절벽 속에서 빚 상환 여력이 크게 줄어든 청년들은 급전 마련을 위해 불법 사금융을 노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저신용자(신용등급 6∼10급) 15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030세대 중 ‘불법 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22년 7.5%에 불과했지만 2023년 9.8%, 지난해 10.0%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댄 청년들은 최근 논란이 된 ‘캄보디아 고액 알바’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양질의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보니 청년들이 (고수익 알바 등) 유혹에 빠지기 쉬운 구조가 고착화된 것”이라며 “구직을 포기한 채 고립된 청년들이 나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직접 찾아가서 일자리를 매칭해 주는 방식과 같은 ‘적극적인 고용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중등학교 경제교육 강화, 청년 자산 형성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청년들의 자립을 근본적으로 도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