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희토류 무기화’에 관세 맞불… 정상회담앞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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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 재점화]
“100% 추가” 예고, 실행땐 155% 돼… 美 대두 수입 통제에도 불만 쌓여
양국, 새 규제 시행 11월 이후로 정해… APEC 회동 前 ‘물밑 교섭’ 관측 나와
“디커플링 가능성 배제 못해” 전망도
“중국의 조치는 국제 무역에서 전례 없는 일이며 도덕적으로 수치스러운 행위다.”(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무역 질서를 교란하고 글로벌 산업 및 공급망의 안정을 해치는 건 미국이다.”(12일 중국 상무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가 발표된 다음 날인 10일(현지 시간)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또한 12일 강경 대응 방침을 내비쳤다. 올 5월 서로에 대한 관세 유예를 합의한 두 나라가 5개월 만에 다시 대응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과 미국 간의 관계에서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큰 균열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은 새로운 수출 규제 조치의 시행 시기를 각각 11월 1일, 12월 1일로 정했다. 당장 상대에 대한 보복에 나서진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양측이 물밑 교섭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또 31일과 다음 달 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예정인 양국 정상 간 6년 만의 대면 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란 해석도 나온다.

● 희토류 무기화와 대두 수출 통제에 뿔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트루스소셜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두고 “시장을 막히게 만들고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 특히 중국의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2주 뒤 한국에서 열리는 APEC에서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었지만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썼다. 이어 “미국은 현재 중국이 내고 있는 관세에 10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는 155%로 대폭 오른다. 앞서 미국은 5월 중국과의 합의를 통해 125%이던 관세 중 24% 부과를 유예하고 91%는 취소했다. 그 결과 현재는 기본관세 10%, 마약 ‘펜타닐’ 관세 20%,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에 부과된 25% 등 총 55%의 관세가 중국에 부과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희토류는 미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는 물론이고 F-35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 위성 등 최신식 무기에도 쓰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량의 92%를 중국이 담당하고 있다. 미국도 사실상 거의 모든 희토류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려 해도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 오염, 설비 및 인력 부족 등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 산업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미국이 원하는 만큼의 미국산 대두를 수입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크다. 미국대두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올 5월 이후 미국산 대두를 구매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주요 대두 생산지는 공화당 강세 지역인 일리노이, 아이오와, 미네소타, 네브래스카, 인디애나주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내년 11월 중간선거의 승리를 위해서라도 중국을 압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는 12일 “미국은 국가 안보를 남용해 수출 통제를 과도하게 확장하고, 중국에 대해 차별적인 조치를 취해 왔다”며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대담함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하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관세 정책을 거론했다가 후퇴한 예가 적지 않다는 것. 또 중국이 트럼프 집권 1기 때와 달리 각종 첨단 기술력 등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뤄 더욱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 협상 및 타협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제기

미중 양국이 강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타협의 여지는 남아 있다는 분석도 많다. 두 나라 모두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예정된 정상회담과 다음 달 10일 만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앞두고 각자 자신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행보라는 것. 미 외교매체 더 디플로맷 등은 미중 양국이 올해 초 상호관세를 부과하며 대립하면서도 결국 협상을 이어갔고 상호관세 유예에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갈등 역시 그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 허리펑(何立峰)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미국 측에 관세 철폐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점을 들며 “중국의 이번 희토류 수출 통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이라고 전했다.

다만 갈등이 더 격화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NYT는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는다면 양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진전을 기대했던 양국 군의 소통, 인공지능(AI) 분야의 협력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두 나라 경제의 ‘디커플링’(분리) 혹은 ‘탈동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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