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배터리 분리때 부속 전원 차단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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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10. 오후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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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배터리 충전율 80%
전류 남은 상태에서 작업
과열-합선으로 화재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을 찾아 전산실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전산실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인 경찰이, 사고 원인인 것으로 알려진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 작업 당시 작업자들이 배터리 일부 전원을 끄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작업 당시 배터리 충전율이 80%에 달했던 점도 확인돼, 전류가 남은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되며 과열이나 합선(단락)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주전원만 끄고, 배터리 내부 전원은 그대로


10일 대전경찰청은 연휴 기간 추가 수사 내용을 공개하며 “작업 당시 비상전원장치(UPS)의 주전원은 차단했지만, 배터리와 연결된 부속 전원(랙 차단기)은 내리지 않았다”는 공사업체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UPS 내부는 냉장고처럼 생긴 선반 구조로, 리튬이온 배터리 묶음(모듈) 약 12개가 꽂혀 있었다”며 “UPS는 외부 전력만 차단해도 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배터리끼리 연결된 보조 회로(부속 전원) 에는 여전히 전류가 흐를 수 있다. 이를 차단하지 않아 내부 회로에 잔류 전류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화재는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UPS에서 분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류가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리할 경우, 내부에서 스파크나 과열이 발생해 화재로 번지기 쉽다. 화재 직후 정부는 작업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UPS 본체에서 배터리로 가는 주 전원은 끊고 작업을 했다”고 밝혔으나, 경찰 조사 결과 배터리 묶음(모듈) 사이에 설치된 개별 차단장치(부속 전원)는 작동시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또한 경찰은 “작업 당시 배터리 충전율이 약 80%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리할 때는 전류를 끄고 충분히 방전한 뒤 작업해야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한 이재용 국정자원관리원장은 “(당시 배터리 충전율이) 80% 정도였다”며 기준보다 높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경찰은 이르면 11월 초 현장에서 수거한 배터리를 분해 검사하고, 동일 기종을 이용한 재현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실제로 배터리 회로에 잔류 전류가 있었는지, 그로 인해 과열이나 합선이 발생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해당 장치 감정도 의뢰했다.

경찰은 이날 업무상 실화 혐의로 공사업체 관계자 1명을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로 입건된 인원은 총 5명이다. 참고인 조사에는 화재 당시 현장 책임자와 작업자 등 26명이 포함됐다.

● 복구율 30%…李 대통령 “전산자원 중요도, 국방에 비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화재 발생 2주가 지난 10일 0시 기준 전체 709개 시스템 중 214개(30.2%) 서비스가 정상화됐다. 1등급 핵심 정보시스템은 40개 중 30개가 복구돼 재가동 중이다.

행정 체계의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복구 과정에서 해킹·스미싱 등 사이버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안 업계는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몰리거나 보안 장비 재배치 과정에서 새로운 취약점이 생길 수 있다”며 “완전 복구 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전 유성구 국정자원 본원 화재 현장을 방문해 “국가 전산자원의 중요도는 국방에 비견할 만하다”며 “예산과 인력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투입해 복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등과 함께 화재 발생 14일 만에 처음 현장을 둘러봤다. 대통령실은 “연휴 기간 중 유일한 평일인 이날 이 대통령이 연차 중이었지만, 사안의 심각성과 복구 인력 격려 필요성을 고려해 현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방문이 국정자원 화재 직후 이 대통령이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것을 두고 제기된 논란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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