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출구 찾는 가자전쟁
‘고립 심화’ 하마스서 협상론 커진듯… 하마스 무장해제-이스라엘 철군 등
美 중재안 합의 안돼… 난제 ‘첩첩’
이-하마스 모두 “트럼프 역할 평가”… 트럼프 “내게 노벨상 안 주려 할것”
● 하마스 무장해제 등 향후 협상 난관 예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약 1200명의 이스라엘인이 숨지고 251명을 인질로 사로잡으면서 발발했다. 이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주민이 6만7000명 넘게 사망하고, 이란과 레바논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며 악화 일로를 걸었다.
그동안 강경 노선을 고수하던 하마스가 1단계 휴전 합의에 응한 것은 약 2년에 걸친 이스라엘의 집중 공격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고, 고립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 하마스 병력은 2만5000명 정도로 추산됐는데, 이 중 1만7000명(지난해 8월 기준)이 숨졌다는 게 이스라엘군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야가 지난해 7월 이란 방문 당시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으로 암살당했다. 이후 지휘권을 이어받은 야흐야 신와르도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군에 암살되는 등 현장 지도부까지 무너지며 저항 동력이 사실상 사라졌다.
군사적 타격과 함께 하마스는 외교적으로도 고립을 겪었다. 이란과는 하니야 암살 이후 보안 문제로 인해 관계가 소원해졌고, 지난달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고위 인사 은신처라는 이유로 카타르 도하를 공습한 뒤로는 해외 활동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단 평가가 많다.
이에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 내부에서 협상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도 전쟁 장기화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국제사회 비판이 거세지면서 종전 압박을 크게 받았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 등으로 이어지는 향후 협상에 본격적인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중재안에는 하마스를 포함한 모든 팔레스타인 무장 파벌의 통치 배제, 군사 인프라 파괴, 팔레스타인 과도정부 수립 등이 담겼다. 하마스는 여전히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 선행되지 않으면 무장해제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를 향해 “합의된 내용을 미루거나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철군 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1단계 합의가 발표된 후인 9일 오전에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등에서 공습을 이어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4시간 이내에 하마스와 합의한 지역까지 군대를 철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자지구의 53%가량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게 된다. 하마스는 궁극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완전 철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 노벨상 집착하는 트럼프 압박 주효
이스라엘 인질 가족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식 성명을 통해 “역사적인 돌파구를 마련해 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마스도 별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의 중재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등 양측 모두 트럼프의 노력을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 뒤엔 10일 발표를 앞둔 노벨 평화상 수상에 대한 집착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그는 백악관에서 1단계 합의를 발표하면서 “역사상 누구도 이렇게 많은 문제를 해결한 적이 없다”며 “아마 그들(노벨위원회)은 내게 노벨 평화상을 주지 않으려는 이유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가 노벨 평화상을 위해 전례 없는 로비를 벌여 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유럽 외교관을 인용해 “그가 국제 분쟁을 해결해 왔다는 주장은 상당수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가자전쟁 종전 문제는 중대한 사안이어서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고 평했다.